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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인이 선호하는 세계명작소설 100선 읽기 - 파리대왕 - 윌리엄 골딩 파리대왕,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줄거리는 하나도 몰랐던 소설이다. 읽으면서 아 이게 무인도에 떨어진 아이들에 대한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무인도에 떨어짐 - 여러 사건사고 - 구조인데, 이 사건사고를 다루는 과정이 제법 흥미롭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혼자 떨어진 것이 아닌 설정에서 여타 표류 작품들과 다르다. 여기선 열명 남짓한 아이들이 나름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사회의 형태를 유지하려는 시도에서 점차 야만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나온다. 각자 역할 분담을 하면서 봉화도 계속해서 살리려 노력했으나, 나중엔 사냥을 비롯해서 먹고 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아이들의 행동 변화가 두드러진다.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이야기에선 볼 수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처음엔 사회적 협의의 ..
허지웅 - 나의 친애하는 적 마녀사냥을 보며 처음으로 알게 된 허지웅씨의 에세이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글의 톤 자체가 무겁진 않지만 그 분위기가 밝은 느낌의 글은 아니다. 책 자체도 즐거운 경험들을 다룬 것 보다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 본인의 개인사 등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마녀사냥에서 보여준 여러 드립들을 상상하며 책을 읽으면 전혀 겹치질 않아서 가끔 이사람이 글은 이런 맛으로 쓰는구나 싶을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굉장히 많이 담겨있다. 워낙 이런저런 영화가 소개되다보니 본 영화들에 대한 글은 음 맞아맞아, 혹은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군 하면서 감상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전혀 못 본 영화였다면 아 영화를 한번 봐야겠다 싶은 글도 있었다. 나도 영화를 좋아하는 만큼 이래저래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손열음 -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개인적으로 나는 각자의 위치에서 글을 잘쓰는 사람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각자의 일에 대해서 묘사하는 것을 보면서 간접 경험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로서 겪는 고충 등을 잘 알고 넘어가기 위해선 자기 직업에서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이걸 맛깔나게 표현하는 것 또한 그만큼 중요한 것 같다. 이런 글 잘쓰는 사람으로 의사로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책도 내고 활발하게 활동중인 남궁인 선생님이 있는데 기회가 되면 이분 책 읽었던 것도 정리해서 올리고 싶다. 아무튼 음악쪽에서는, 특히나 클래식 쪽에서도 이런 저런 도서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 손열음씨가 글을 어렵지 않으면서, 음악가로서의 삶을 잘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고 느꼈다. 클래식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은 책이 많지만 연주자로서 담아낸..
한국 문인이 선호하는 세계명작소설 100선 읽기 - 가와바타 야스나리 - 설국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워낙에 유명한 문장이라 어디선가 들어본 듯 했지만, 처음이 소설을 접하고, 첫 문장 자체만 보았을 때는 '이게 왜 그렇게 유명해?' 할 정도로 그 느낌이 잘 와닿지 않는데, 소설을 읽어나갈수록 더더욱 그 첫 문장을 곱씹게 되는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품 내에서 묘사되는 계절의 변화, 눈에 보일듯이 그려지는 겨울 풍경 등이었다. 눈으로 가득 쌓여서 온통 하얗고 조용한 마을의 분위기. 혼자서 여행으로 와서 여관에 머무는 시마무라의 시선을 따라서 느껴지는 조용한 시선이 이 소설의 매력인 것 같다. 지금 눈 세상이 된 미네소타에서 이 소설을 읽어서 더 몰입해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조용한 겨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만큼 한 겨울 밤에 맞춰서 읽는 것도..
한국 문인이 선호하는 세계명작소설 100선 읽기 - 입센 - 인형의 집 인형의 집은 희곡 대본의 양식으로 쓰여졌는데, 길이가 짧은 덕분에 명작이라서 지레 겁먹을 수 있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가 있을 것이다. 제목인 인형의 집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선 주인공인 노라의 삶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의 남편은 아내인 노라를 귀엽고 어여삐 여기지만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은 못하게 해서 노라가 항상 남편의 눈치를 보게끔 만든다. 이는 겉으로는 아내의 이가 상할까 단 마카롱을 못먹게 하는 것에서 드러나는데, 그 당시 시대 분위기가 남편의 말에 거역 못하는 분위기였는지, 아니면 너무 쥐잡듯이 잡거나 눈치를 줘서 그런지 몰라도 몰래 사다가 먹고서는 안먹었다고 시치미를 떼는 것을 보아 노라가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생활이 풍족해서 사치스럽고 자기 자랑을 즐기는 ..
알베르 카뮈 - 이방인 (The Stranger) 몇 번을 도서관에서 빌리고 반납하며 읽었던 책이다. 도무지 그 짧은 분량에 비해서 진도가 안나갔던 책이기 때문이다. 번역된 화자의 말투가 사실 너무 무미건조한 탓도 있다. 어떤 감정을 내비치는 것 없이 사실을 쭉 나열하는 느낌이 맵고 짜고 단 요즘의 책들에 길들여진 나에게 마치 무염다이어트를 급작스럽게 통보해 버린 느낌 같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읽고 해설도 보고 하니 작가가 이야기 했던 것들에 대해 얼핏 알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어렵고 확 와닿지는 않지만 말이다. 무미건조하게, 일련의 사건들을 감정적으로 연관짓지 않았던 주인공 뫼르소가 결국 사형을 선고받고 느끼게 되는 감정의 격동이 마지막에 인상깊게 다가왔다. 그 전에는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본능에 이끌리는 느낌을 받았는데 말이다. 실존주의 문학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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