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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 -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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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는 각자의 위치에서 글을 잘쓰는 사람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각자의 일에 대해서 묘사하는 것을 보면서 간접 경험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로서 겪는 고충 등을 잘 알고 넘어가기 위해선 자기 직업에서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이걸 맛깔나게 표현하는 것 또한 그만큼 중요한 것 같다.

이런 글 잘쓰는 사람으로 의사로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책도 내고 활발하게 활동중인 남궁인 선생님이 있는데 기회가 되면 이분 책 읽었던 것도 정리해서 올리고 싶다.

아무튼 음악쪽에서는, 특히나 클래식 쪽에서도 이런 저런 도서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 손열음씨가 글을 어렵지 않으면서, 음악가로서의 삶을 잘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고 느꼈다. 클래식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은 책이 많지만 연주자로서 담아낸 이야기다보니 그녀가 느낀 작품들에 대한 인상을 묘사한 부분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선 참으로 많은 곡들이 소개되고 있어서 쭉쭉 읽어나가기 보다는 어떤 곡 소개를 한 부분이 나오고, 이 곡을 내가 모르는 곡이면 (물론 대부분이 모르는 곡이었지만) 들어보고 실제로 그녀가 묘사한 것이 맞는지 들어보는 재미가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기 소개된 곡들이 대체로 한글로 번역되어 실렸다는 점인데, 각주로나 따로 페이지를 할애 하는 방법등을 통해서 영어로 된 제목도 실어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아직 한글로 나온 클래식 영상들이 많지 않은 상태이기에 유튜브 등에서 찾으려면 영어 제목을 알아야 찾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체로 많은 부분의 음악적 용어나 이야기가 자세히 실려있는 편이지만, 음악가 입장에선 당연하지만 독자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내용들이 종종 그대로 추가 설명없이 실려 있는 점이 아쉬웠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P.103
중기 작품부터 거의 모든 곡에 등장하는 D-S-C-H 모티브는 그 몸부림 속에 오롯이 남은 유일한 자아다.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이 영원히 깨지 않을 꿈속에 박제된 최후의 낭만이라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그냥 그 순간의 참혹한 현장들이었다.

이 부분에서 왜 DSCH 모티브가 쇼스타코비치의 유일한 자아인지 쇼스타코비치의 영문 이니셜 (Dimitri Schostakovich)과 연관지은 설명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힘들 것이다. 또 각 음인 레-미-도-시에서 미플랫에 왜 S가, 시에 왜 B대신 H가쓰였는지에 대한 설명도 각주로 들어갔다면 더 이해하기 수월했을 것이다. (S는 독일식 음이름 체계 (C[도]-D[레]-E[미]-F[파]-G[솔]-A[라]-H[시])에는 존재하지 않는 알파벳이지만, ‘에스’(es)로 발음되므로 E(미)음에서 반음 내려온 음인 Es (미 플랫)로 치환되었다.). 이 외에도 몇가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런 부분들이 약간 아쉽다.

그래도 이런 부분들은 극히 적고 나머지는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다른 분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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