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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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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링크 연주 후기 어디서 미술은 틀 밖으로 나오는 것이고 음악은 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들어서, 오오 그런거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던 적이 있다. 그 중에서 음악을 오랜만에 해보겠다고 한국 들어오자 마자 바이올린을 켜다보니 음악이 전공도 아닐 뿐더러, 각자의 삶의 박자로 살던 사람들이 하나의 박자로 들어오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지 새삼 다시 깨달았다. 한의원가서 침도 맞았다. 뒤처진 연습을 따라잡겠다고 거의 2-3주를 매일 연습했더니 혹사당한 손목이 말을 안듣기 시작한 것. 마음만 급해서 텐션을 무리하게 올린 탓이었다. 근데도 막상 연주를 끝내고, 격한 트레몰로로 남은 오른팔의 근육통이 옅어지는 와중에 또 새로운 연주를 할 기대가 스멀스멀 생기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 험난함 속에서 만들어낸 보물같은 순간이 말로 표현하기..
인구감소와 대학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지금은 졸업을 해서 학교 오케스트라는 간간히 소식만 듣고 있으나, 들어보면 활동 인원 감소가 정말 두드러지는 것 같다. 다른 학교 사람들과 이야기해봐도 연주인원이 바닥을 치는 경우가 많아서 놀랐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얼마전엔 연주를 이어오던 모 대학의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한 학기 연주를 쉬기로 했다고도 들었고, 이번 우한폐렴 사태로 방학에 연습하고 3월에 연주하기로 한 여러 대학오케들도 심심찮게 공연 취소 소식이 들리고 있다. 그 이면엔 연주인원 자체도 적어서 이미 연주를 올리기에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었다고 듣기도 했다. 운영진의 고충이 상상이 간다. 예전엔 그래도 신입생에 재학생 주요 활동인원까지 30명은 되어서 활동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20명대마저 무너지면서 어지간한 규모를 갖추고 하려면 배보다 ..
객원 연주의 재미 오랜만에 객원으로 다른 오케 연주를 도와주러 가게 되었는데, 기분이 사뭇 새롭다. 객원 연습은 원래 다니던 오케에 비해서 낯선 것들 투성이다. 낯선 연습실, 낯선 단원, 지휘자 등등 모든것이 낯선 이 환경에서 나는 손님으로 왔기에 잘 알지도 못하고 가만히 기다려서 조용히 연습 때 폐만 안끼쳤으면 하는 마음으로 자리를 잡는다. 연습실을 못찾을 우려도 있으므로 일찌감치 도착하게 부지런히 서둘러야 함은 기본이다. 바이올린객원을 비롯한 현악기 단원은 대체로 정단원, 졸업생 단원 등을 다 앞으로 모시고 뒷자리로 앉기에 앞사람들을 관찰하기에 아주 좋은 자리이다. 여기는 어떤 파트가 잘하나, 어디 잘하는 단원이 있나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마오케이기에 혹시나 특수악기나 흔치 않은 악기들, 가령 오보나 호른이 보..
풍월당에서 클래식 강의 듣기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더해지고 있는 요즘, 더 많이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관련 책들의 증가라던가 덜 대중적인 프로그램의 공연도 성황리에 개최되고, 유튜브에도 이런 지식들을 많이 공유하는 클래식 채널이 많아졌음은 클래식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기쁜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여러 채널 외에도 나는 개인적으로 하나의 주제를 깊게 다룬 오프라인 강의도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압구정 풍월당에 한번쯤 방문해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풍월당은 음반 판매가 주 목적이면서도, 음악감상실이 따로 있고, 이 시설이 매우 훌륭하다. 처음 가서 우연히 들었던 피아노 연주의 그 공간감은 아직도 잊질 못하겠다. 그 후로 기회가 될 때마다 풍월당을 찾곤 한다. 풍월당에서 이런저런 강의가 있다고 메일이 날라오..
귀가 트인다는 것 바이올린 레슨을 받은지 얼마 안됐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오랜기간 받으면 받을수록 느끼는 것이 선생님이 듣는 것과 내가 듣는 것에 괴리가 생기는 것이었다. 음정이 틀리는 건 선생님이 들으면서 손가락을 살짝씩 모양을 교정해주시거나 하면 차이가 나서 음정을 잡는 것은 분명하게 느꼈으나, 가장 내가 답답했던 것은 빠른 패시지에서 손가락과 활의 싱크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 미세하게 활이 빨리 움직인다거나 미세하게 손가락이 먼저 눌리거나 늦게 떨어져서 지저분한 소리가 난다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나는 도통 소리가 뭐가 다르다는건지 모르겠어서 매우 답답했었다. 그러다가 간혹 한 번씩 아 이래서 소리가 밀린다고 하신 것이구나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느껴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귀가 트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아무리 좋은 음반이 나와도 실황 공연을 가는 이유 요즘은 시대가 좋아져서 음반의 퀄리티나 오디오, 헤드셋의 감도, 심지어 유튜브에 클래식 관련 영상들이 4K의 화질로 돌아다닐 정도로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으로 채워주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공간에서 몸으로 꽂히는 진동의 부재이다. 귀는, 어느 시절보다 호강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실황 연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큰 소리가 몸을 때리는 느낌이 많이 그립다. 그래도 달에 한 두번은 연주를 보러 다녔던 것 같고, 직접 악기도 연주하고 했을 때는 이런 부재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거의 반년을 넘게 제대로 된 공연 없이 지내려고 하니 이제서야 그 아쉬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런 것 때문에라도 실황공연을, 사람이 하는 공연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여기서도 좋은 실황 공연 찾으러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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