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객원으로 다른 오케 연주를 도와주러 가게 되었는데, 기분이 사뭇 새롭다.
객원 연습은 원래 다니던 오케에 비해서 낯선 것들 투성이다.
낯선 연습실, 낯선 단원, 지휘자 등등 모든것이 낯선 이 환경에서 나는 손님으로 왔기에 잘 알지도 못하고 가만히 기다려서 조용히 연습 때 폐만 안끼쳤으면 하는 마음으로 자리를 잡는다. 연습실을 못찾을 우려도 있으므로 일찌감치 도착하게 부지런히 서둘러야 함은 기본이다.
바이올린객원을 비롯한 현악기 단원은 대체로 정단원, 졸업생 단원 등을 다 앞으로 모시고 뒷자리로 앉기에 앞사람들을 관찰하기에 아주 좋은 자리이다. 여기는 어떤 파트가 잘하나, 어디 잘하는 단원이 있나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마오케이기에 혹시나 특수악기나 흔치 않은 악기들, 가령 오보나 호른이 보이면 '오 여기는 이런 파트도 단원이 있군' 하면서 놀란다.
새로운 지휘자를 만나는 것도 큰 재미다. 해봤던 곡이면 어떻게 해석이 달라지는지, 어떤 것을 단원에게 요구하는지 등이 흥미롭다. 단원들을 대하는 방식, 비팅 등 내가 쌓아왔던 경험에 빗대어서 아 이사람은 또 이런 부분이 좋구나 하는 것등을 발견한다. 특히나 이렇게 곡에 대한 설명을 듣다보면 그 지휘자가 어렵게 어렵게 공부해온 지식을 슬쩍 커닝하듯 쉽게 얻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그 단체의 분위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아무말 대잔치를 하는 오케도 있고, 정말로 연습을 열심히 하는 오케도 있고, 하기싫은데 억지로 하는 오케도 있다. 각자 색깔이 다른데, 그 때마다 저 단원들을 이끌고 공연을 진행해야 하는 지휘자, 운영진의 감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실 이제는 여러번 객원을 다녀서 쉬는시간에 굳이 말을 걸어주지 않아도 전혀 무안하지 않기 때문에 개의치 않지만 혹시나 몰라서 말걸어주고 사근사근 대해주시면 몸둘바를 모르겠다. 이렇게 대접 받은 기분이 들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기분 좋게 집에 갈 수 있다. 어떤 연주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설렁설렁 하면 안되겠구나.
하고 싶었던 곡을 하는 재미도 있다. 했던 곡이지만 지난 번에 아쉬워서 또 하고 싶은 곡일 수도 있고. 아마 비슷한 감정으로 아마추어에게 인기있는 프로그램때 많은 객원단원이 몰리는 것일테다. 차이콥 4,5,6 베토벤 5,7,9 브람스 1,2,3,4 등등. 예전에는 멋모르고 객원을 다녔는데 날이 갈수록 어지간히 내가 시간 투자해서 악보를 읽고 연습해갈 자신이 없으면 객원가기가 두려워지는 것도 있다. 이제서야 내 주제를 좀 깨달았나보다.
이런 객원 연주는 특히나 한국에서, 서울에서 하기 좋은 듯 하다. 혹은 서울 경기까지, 다른 나라도 이런 문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대학 아마오케들끼리의 교류도 활발한지 모르겠고. 한국만큼 대중교통으로 왕래하기가 쉬우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일단 그럼 미국은 제껴야하겠다.
아무튼 재밌다. 대학객원. 내가 바이올린을 대학와서 배운 것이 아니었다면 더 잘해서 더 많이 다녔을텐데 아쉽다. 이건 소속 오케가 있어서 하는 재미와 또 다른 재미기에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혹시나 나중에 사회나가서도 기회가 되면 가겠지만 그건 아마 어렵겠지..갈 수 있을 때 많이 가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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