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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내가 한국에서 그리웠던 것은 맛있는 음식이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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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에서 혼자 교촌치킨을 시켜먹다가 문득 기분이 묘했다. 레시피는 변한 게 없고, 여전히 내가 기억하던 그 맛이며, 충분히 맛있다. 근데 거기까지였고, 무언가가 빠졌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매번 그랬듯 뭘 먹어야할지 생각을 하면서 먹고 가야할 음식 리스트를 정리했다. 곱창전골이니 초밥이니 하는 음식들 말이다. 미국에 가면 우리 동네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 혹은 먹을 순 있어도 너무 비싼 그런 음식들 말이다. 근데 이번에 와서 보니 4년 전, 2년 전에 와서 느꼈던 그 맛과 달라진 것이 없고, 여전히 맛있는데도 뭔가 묘하게 만족감이 덜 느껴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전에 왔을 때는 항상 같이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가족, 친구들이 있었고, 그들과 함께 먹어서 더 맛있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내가 나름 미식가라고 생각해서 이런 저런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을 즐긴다고 생각했으나, 그것도 어느 정도일뿐, 결국 내가 한국에 오면서 그리워했던 것은 음식을 매개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더 나아가서 굳이 대단히 맛있는 음식점을 가지 않더라도 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든 그렇게 만나서 이야기하고 회포를 푸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단적으로 생각해봐도 그렇다. 너 한국가서 미식투어하면서 전국 맛집들만 혼자서 다닐래 아니면 그런거 아니더라도 적당히 가족들, 친구들 만나서 밥먹고 시간 보낼래 라면 난 당연히 후자를 택했을 것이기에 그간 내가 맛있는 음식에 더 우선순위를 두었다는 편견을 깨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만나면서 음식을 먹으면 맛도 맛이긴 하지만 결국에 그들과 나눴던 이야기들, 그 시간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음식은 중간 중간에 분위기를 더 좋게 만들어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마 진짜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닐거였으면 와이프랑 둘이서 다니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친구들을 만나서 갔으면 회포를 푸느라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신경쓸 겨를도 없었을텐데 와이프랑은 늘 같이 있으니 음식에 더 집중할 수 있을테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깨닫기에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내 삶을 알차고 풍족하게 만들어주는건 음식이 아니구나. 이를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이었구나. 다음에 오면 이걸 더 생각해야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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