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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2025년, 드디어 샴페인에 H마트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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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펌

H마트가 들어왔다. 인구 20만의 샴페인에 드디어 H마트가 들어왔다. H마트가 들어온다는 소식은 내가 입학할 때부터 들었던 소문이었다. 해가 가면서도 소문만 무성할 뿐 전혀 진전이 없는데 언제부턴가 부지 매입이 끝났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니 공사를 시작하고 또 얼마 있다가는 간판을 달더니 드디어 며칠 전 오픈을 했다. 아마 이 동네에서 Harvest market 다음으로 (혹은 비슷한 크기로) 가장 큰 마트가 들어선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Harvest market은 흔한 미국 grocery market이라서 아시안 식재료를 얻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예를 들어서 우리는 거의 안쓰는 펜넬이나 샬롯 등은 구하기 쉽지만 대파와 콩나물은 구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를 바로 맞은편의 Green Onion이나 캠퍼스타운의 AMKO, Fresh international market이 아시안 식재료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H마트를 간절히 바랬던 것은 프랜차이즈 마트가 갖고 있는 유통력과 경쟁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서비스하는 품목도 훨씬 다양할 뿐더러 H마트의 수산물코너가 또 굉장하기 때문에 정말 한국인으로서 열렬히 바라던 것 중에 하나가 H마트였다.

시메사바

이런 H마트를 반긴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니다. 평일인 목요일에 오픈을 했음에도 10시 오픈시간에 오픈런을 하려고 긴 줄이 늘어선 사진이 레딧을 달궜고, 그날 저녁 퇴근하고 들러봤는데 그 인파가 어마무시했다. 분명히 카트가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지만 인파에 밀려서 여유있게 장을 볼 수가 없는 모습에 나만 H마트가 들어와서 좋은게 아니구나 싶었다. 거의 떠밀리듯 장보기를 마치고 푸드코트에서 홍콩반점을 시켜먹은 짬뽕맛은 정말 오랜만에 맛봐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맛있었다. 이 근처 한인 음식점은 이렇게 만든 짬뽕을 팔지 않아서 한 번도 가서 시켜먹지 않았는데 홍콩반점은 종종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쉽게도 찹쌀탕수육은 먹지 못했는데, 조만간 가면 꼭 먹어봐야겠다.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무엇보다 H마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회 코너였다. 연어, 참치, 광어, 심지어 방어에 고등어 초절임인 시메사바까지 들어와서 화려하게 수산물코너를 장식하니 지갑이 열리는건 시간 문제였다. 한국에서 걸신들린듯 회를 먹으러 다녔던 지난날 짠했던 나의 모습이 스쳐지나가고, 이제 회가 지척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한국 두 번 갈거 한 번만 가도 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게 만들어줬다. 이외에 많은 식재료들도 할인 하고 있었는데, 한국산 샤인머스켓이 있어서 또 냉큼 사왔고, 족발용 돼지고기가 할인, 대파도 생각보다 저렴하게 팔길래 얼른 카트에 담았다. 대파를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 것만으로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살면서 구하기 제일 어려운, 근데 꼭 필요한 식재료 중에 하나가 대파였는데, 이걸 이제 언제나 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전복도 할인이어서 사왔는데, 한 번도 요리해본 적 없지만 얼추 따라해서 구워도 보고 쪄먹어도 보았다. 식감이 참 좋았다.

전복술찜
전복버터구이

개인적으로는 H마트의 반찬 코너도 좋아한다. 내가 직접 만들어먹기에는 너무 손이 많이가서 하기 힘든, 혹은 재료자체가 구하기 힘든 잔멸치 볶음, 진미채, 취나물무침, 도라지무침, 명란젓, 낙지젓, 오징어젓 등을 팔기 때문이다. 어제는 취나물무침 한팩을 사다가 먹는데 세상에 취나물이 이렇게 맛있을 일인가? 하면서 게눈 감추듯이 먹어버렸다. 다른 아시안 식료품점에게는 너무 안된 일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선 너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홍콩반점

오프닝 행사로 머그컵이랑 탁상 달력도 받고 (탁상달력은 참으로 한국 프랜차이즈 다운 사은품이다), 50불당 사은품을 하나씩 주는데 채반이랑 고무장갑을 받아왔는데 요긴하게 쓸 예정이다. 쓰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좀 더 일찍 들어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이제 이 동네를 떠날 준비를 슬슬 시작하려고 하는데 족쇄라도 채울심보인지 H마트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들어선다는 이 사실이 참 놀랍기만 하다. 그래도 늦게라도 들어와서 너무 다행이고, 앞으로 재료에 국한되지 않은 한국요리 해먹을 생각에 기분이 너무 좋다.

이제 우리동네는 Trader Joe's 만 들어오면 더할나위 없겠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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