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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 2025년 보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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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키우는 수경재배 바질


2024년의 마지막날, 지인들이 인스타나 페이스북에 올 해 어떤 것들을 했는지 정리해서 포스팅 한 것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숫자를 함께 언급하는 것을 보았다. 책을 몇 권을 읽었고, 영화를 몇 편을 보았고, 논문을 몇 편을 썼고 등등… 많은 횟수의 무언가가 자신의 시간이 알찼고 열심히 살았음을 어필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도 기록의 일환으로 넘버링을 하긴 하지만, ‘많이’ 에 포커스를 맞추면 본질에서 멀어진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이를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그 숫자가 주는 효과가 또 있겠지만, 무엇을 읽었는지가 당연히 읽은 숫자보다 우선순위에서 앞선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면서 어땠는지, 논문은 어떤 영양가 있는 정보를 담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스타나 페북은 사진위주로 영상위주로 플랫폼이 디자인 되어있는 탓에 앞선 감상등을 줄글로 풀어서 이야기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책 30권 읽었어요! 라고 하면 모두가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으니 박수 짝짝짝 치고 좋아요 누르기 쉬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사람들도 비슷하게 이를 반복한다.

어린왕자의 그 유명한 대사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Grown-ups are very fond of numbers”. 어른들은 숫자에 목맨다는 이야기다. 엄청 멋진 집을 봤어요! 라고 했을 때 얼마짜리 집 같았니? 라고 물어보지 어떻게 생겼는지 등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을 제대로 짚었다. 이제 성인이 된 내 주변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 어떤 친구는 학회에 다녀와서 소감 발표를, 저는 이번 학회에서 30개의 강연에 참석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라는 식으로 시작해서 눈살을 찌푸렸던 기억이 난다. 아 그 친구에게는 무엇을 들었는지보다 몇 개를 들었는지가 더 중요했구나 하는 느낌이 먼저 드니까 말이다. 첫 학회고 자기가 열심히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 같지만 그것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떤 영감을 어떻게 받아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예시가 쌓일수록 남들 앞에서 숫자를 이야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강해진다. 물론 나는 화학을 전공하고 있고, 데이터를 보여주는 입장에선 숫자가 가장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지만 일이 아닌 부분에서는 더욱 숫자와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보다 더 소중하고 중요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게끔 글을 쓰고, 생각도 그런 방향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2025년이다. 물론 여전히 책을 많이 읽고,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에 덧붙여서 ‘좋은’ 책을 많이, ‘좋은’ 영화를 많이 보려는 노력에 더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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