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고등학교때 정말로 열심히 하고 좋아했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프로게이머들은 빌드 최적화라는 것을 익힌다. 이게 뭐냐하면 테크트리 (tech-tree)를 올리면서 원하는 유닛을 원하는 시간에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게끔 그 과정을 단축시키는 빌드오더를(build order)를 초단위로 계산한 것이다. 가령 몇초에 자원이 얼만큼 모이니 여기까지 모으고 자원낭비없이 지어나가면 몇분 몇초에 유닛이 얼만큼 튀어나오고 하는 식이다. 이를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다 99게이트, 초패스트 다크, BBS, BSB, 6팩 타이밍러쉬 등등. 그 당시에 어줍짢게 이런 프로들 빌드오더 따라해본다고 pgr21, 와이고수 같은 곳 들어기서 리플레이 다운받아보고 빌드오더 분석한 글 정독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영향때문이지는 않겠지만 미국 가기전에 되돌아보니 재수하지 않고 현역에 군대 칼복학 이후 스트레이트 대학원까지 계속 달려온 걸 보면그 동안의 내 인생도 최적화되어 가장 시간낭비가 덜한 경로로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낭비의 기준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만큼 와보고 나서 나는 지금 어디쯤인가 무엇을 위한 최적화였나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됐다. 어느새 누구는 취직의 길로 들어섰고 일찌감치 결혼한 친구도 있고 다른 전공으로 옮기는 친구도 있는 등 고속도로를 다같이 달리다가 서로 각자의 출구로 나가는 느낌이 들고 있다. 이걸 이제와서 느끼는걸보니 진짜 다른 길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달려왔나보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어느 시간까지는 최적화로 초단위 계산이 가능하지만 상대의 전략이나 전투 결과 등 기타 변수로인해 그 이후는 판이하게 달라지게 된다. 운영싸움이라고 해서 자원 관리 능력, 판을 짜는 능력으로 승부를 가리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결국 비슷한 양상으로 흐름이 가긴 해도 경기는 항상 완전 똑같게 흐르지는 않았다. 그래서 난 단순히 캐릭터 레벨올리는 rpg보다 이 게임을 좋아했다. 한 경기도 똑같이 흘러가지 않아서 질릴 수 없는 게임이라니 이만한 게임이 어딨겠는가 하면서 열심히 일꾼을 뽑았더랬다.
생각이 이쯤 흐르니 하물며 게임도 매 게임이 다른데 사람 사는 것도 다 그런게 아닌가 싶었다. 아무리 인생을 그 사회에서의 가장 좋(다고 인식되는)은 길을 최적화로 달려와도 게임보다도 워낙변수가 많다보니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시점에서 나도 언제까지 최적화로 사는게 답인가 하는 고민에 빠졌다.
운이 좋게도 이 시점에 판을 새로 짤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미국으로 향하게 되었다. 일단 미국에 커맨드센터 하나 지어놓고 판을 좀 길게 보려고 한다. 나중에 여기가 내 본진이 될수도 있고 띄워서 다른 곳으로 갈수도, 아니면 자원만 다 얻고 빠질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잘 모르겠다. 이게 뭐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게임은 아니지만 다이나믹하고 재밌어지는 하나의 갈림길에 있는건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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