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생 때, 2009 - 2010년 쯤 얼리어답터 친구들 몇몇이 아이폰3를 학교에 들고왔다. 아이팟이야 그 전부터 있었지만 폰까지 된다는건 처음봐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공부로 워낙 바빠서 갖고 있던 폰도 덜 쓰려고 하던차라 갖고싶다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수능까지 치고 대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11년도에 카카오톡이 SMS로 연락하던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버리면서 나도 첫 스마트폰으로 아이폰 4를 갖게 되었다. 문자로 연락하려니 이미 단톡방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 뿐더러 나한테만 따로 연락해달라고 하기가 미안했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는 수능을 쳐야할만큼의 부담감이 고등학교 때보다는 덜 해서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괜찮았지만 지금에와서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때 스마트폰이 없었던 것이 정말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스스로를 평가해볼 때 나는 이런저런거에 확 한번에 빠지지는 않아도 스멀스멀 중독으로 빠지는 편이라서 지금까지도 경계를 하고 있다. 최근 쇼츠나 릴스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면서 이게 뭐야라며 처음엔 보지도 않다가 지금은 수십분씩 가만 앉아서 엄지손가락을 놀리는 모습이 영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나이 서른 먹어서도 이모양인데 더 어릴 때, 자제력이 부족할 때 그랬으면 수능이고 내신이고 모조리 조졌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지금 성적 잘내는 학생들은 이런 주변 도파민 세상의 유혹을 떨쳐내고 공부를 하고 있기에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참 자극을 얻기 쉬운 세상이다. 온갖 자극적인 음식과 술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인터넷에도 SNS에 자극적인 컨텐츠들이 아주 많이 있으며 최근엔 마약으로까지 문제가 된다고하니 오히려 나를 이런 주변 가시같은 자극에서 잘 지켜내는 것이 더 중요해진 사회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자극이 보통 단기간에 큰 영향을 주다보니까 중독으로 빠지기 쉽고, 컨트롤하기 어려워진다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도 혹은 미래에 자식이 생기더라도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자녀에게 스마트폰, SNS등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고 하는데 한편으론 맞는 것 같기도하고 한편으론 이걸 규제까지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런 것이 문제가 될줄 전혀 상상못하고 그저 인터넷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즐거웠는데, 세상의 변화가 정말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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