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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식당예능의 끝판왕, 장사천재 백사장이 다른 식당예능과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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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인 장사천재 백사장이 상당히 인상깊다. 이전에 이미 많은 식당 예능에 대한 시도가 있었고 지금도 진행중이지만 확실히 다르다. 서진이네 라던가 윤식당, 강식당 등도 물론 어느정도 화제성을 불러모으긴 했지만, 백종원이 직접 식당을 운영하는 '장사천재 백사장' 에 비해서는 몇가지 다른 느낌이 있다. 

식당예능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우선 대중들이 식당예능을 보면서 기대하는 것은, 여러 연예인들이 나와서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그 행위 자체가 첫 번째겠다.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방문하면서 만나는 주방장이나 식당 종업원이 일반인이 아니라 내가 TV에서 보던 연예인이 하는걸 보면서 마주하게 되는 신선함, 그리고 이런 일을 경험해보지 않았을 법한 연예인들이 식당일을 하면서 느끼는 여러 우여곡절이 필수요소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앞선 많은 식당예능에서는 출연한 연예인들이 '실제로 식당을 운영하는 느낌' 을 주지는 못했다. 최근 방영하는 서진이네는 이서진이 경영에 매우 몰두하고 있는 점은 인상적이나, 일의 강도나 영업시간이 실제 식당의 난이도에 비해 한참 낮음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출연진들의 불평이 가장 큰 괴리감을 불러일으켰다. 몇 뉴스에서는 '귀족영업' 이라는 워딩까지 쓰고 있으니 '예능 촬영을 위한 식당운영 컨셉'이 너무 드러나는 느낌이다. 물론 이 예능을 보는 우리 모두 단기간 식당운영 컨셉인 것 알고, 그 출연진과 제작진들이 그곳에서 남은 일생 식당 장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적어도 이걸 보는 동안에는 진짜로 식당 사장과 알바가 되어서 일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강식당에서 이벤트성이니까 저렴하게 팔자는 강호동의 입장과 그러면 이게 새로운 기준이 되어서 기존 다른 식당들의 가격 정책에 반감을 사게 될 수 있으니까 제 값을 받아야 한다는 이수근의 언쟁이 기억이 난다. 양 쪽의 입장이 이해가 가고 각자의 입장에서 뽑을 수 있는 그림이 달랐겠지만 진짜 식당운영에 가깝게 팔았던 이수근의 생각이 맞았다고 본다. 이건 '식당운영' 이지 예전에 0교시하던 학생들 아침밥 챙겨주려고 진행했던 '느낌표'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강호동의 주장을 따라서 이벤트성 할인된 가격으로 팔았다면 팝업스토어 느낌은 났을지 모르겠으나, 더 깊은 공감은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의 연장선에서, 그리고 여러 유튜브나 방송가의 트렌드를 고려해봐도 대중들은 연예인들이 나이스하고, 깔끔하고, 세련되게 일하는 장면을 바라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말해서, 고생을 좀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예전 1박 2일이 복불복 게임을 하며 야외취침을 하고 그랬던 것처럼, 무한도전이 목욕탕에서 물을 퍼올리던 것처럼 말이다 (이 점에서 강식당은 정말 개같이 고생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그 두 예능은 확실한 그들의 컨셉을 가지고 고생을 하는 것이었다면, 식당예능은 그런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좀 더 식당 운영에 초점을 맞춘 예능의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면에서 장사천재 백사장은 '식당운영에 대한 진심', 그리고 '고생' 이라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제작진이 진짜 아무나라 (모로코, 나폴리)에 떨궈놓고 장사를 해보아라 하는데 여기서 다른 출연진과 함께 식당을 키워나가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고, 이것이 제작진의 조작 (가령 손님을 섭외해온다던가, 심상정 의원을 알아보던 해외예능의 모습이라던가) 이라기 보다는 백종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장사수완이 그대로 손님을 불러들이는 데에 일조하는 것 같아서 굉장히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날 그날의 식당 운영을 하면서 피드백이 바로 메뉴에 (커피를 팔았더니 좌석 회전이 안되어서 바로 다음날에 커피를 없애는 경우), 좌석배치에 반영이 되는 (야외 테이블에 서빙이 오래걸리면서 효율이 낮아지자 야외테이블을 포기하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실제로 식당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그 변화가 눈에 보이고 공감을 이끌어내게 잘 나타나고 있다. 

그가 더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듣기로 지역신문에도 나고, 축구선수 김민재 선수도 다녀가면서 물론 홍보가 된 것도 없지않아 있겠지만, 그런 홍보를 차치하고서라도 이 시간을 단순히 '연예인의 식당 예능' 이 아니라 실제 '식당운영' 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점에서 이번 장사천재 백종원은 앞선 여러 식당예능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이전 이연복이 '현지에서 먹힐까' 에서 푸드트럭을 하던 모습과 비교해볼때, 장사에 대한 태도 (손님을 효과적으로 모객하기 위한 전략들)이 유사하고, 단순히 하루 이틀 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거진 일주일 한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습이 다르다. 심지어 여기서는 백종원이 알바생들이 버벅이니까 직접 하나하나 가르쳐가면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을 전수하고, 경험을 나눠주는 모습은 확실히 여러모로 인상깊다. 식당을 운영하지 않는 나도 여러모로 아 저런 부분에선 저렇게 대처하는구나 라고 끄덕끄덕 하는 부분이 생길정도인데, 장사를 실제로 하시는 분들이 보면 더 공감할 부분이 많지 않을까 싶다. 확실하게 다른 식당예능과는 뚜렷한 차별점을 가진 예능으로, 재미까지 보여주고 있는 예능이라 더욱 관심이 간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방영할지는 모르겠지만, 빼먹지 않고 챙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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