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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사과정 함께하기

앉아있는 시간과 서있는 시간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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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로 쓸 사진이 없어서 넣은 우리 고양이 사진

   실험을 해야 하는 화학 전공 대학원생이라면 응당 실험실에 눌러붙어있어야 하고, 대부분은 서서 일을 하지만 어느 정도 데이터를 뽑고 나면 자연스레 오피스에서 그동안 얻은 데이터를 가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가끔은 여러 이유로 밀려드는 발표 준비를 해야 하기도 하고, 프리림과 같은 중요한 시험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는 오피스에 자연스레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하지만 무작정 오래 앉아있는다고 논문이 잘 써지는 것이 아니고 데이터가 잘 가공되는 것도 아니며 프레젠테이션이 기가 막히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매번 깨닫곤 한다. 그래서 오피스에 있는 시간과 실험실에 있는 시간의 균형이 참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실험전공이 아니었다면 주구장창 오피스였을테고, 거북목과 허리 디스크에 시달리며 일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히 강제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 있기에 이를 잘만 활용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최근 난 연구실에 있는 시간을 크게 오전과 오후로 나눴는데, 오전은 4년차 ORP (original research proposal) 발표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오후는 내 개인적인 연구를 위한 데이터 뽑기를 실험실에서 하고 있다. 나름 이 루틴은 몇 달째 잘 지켜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오전엔 내가 출근하자마자 실험실에 들어가서 뭘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것 같고, 오후엔 점심 먹고 졸린데 책상에서 꾸벅꾸벅 졸기 싫어서 그런 것 같다. 가끔가다가 급한 실험이 있거나 프레젠테이션 준비가 더 잘되거나 뭔가 꽂혀서 더 찾다 보면 좀 오버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크게 이 시간대를 벗어나진 않는 것 같다. 

  이렇게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고 그냥 마음가는대로 오피스에 축 늘어져있거나 종일 실험만 한 날들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썩 좋진 않았다. 오피스에 종일 축 늘어져있으면 핸드폰 배터리가 닳도록 폰 만지기가 일쑤였고 (릴스가 만악의 근원이다), 실험만 하루종일 하면 이거에 너무 지쳐서 다음 이틀 동안 실험을 하기가 싫어지곤 했다. 나는 또 무기화학을 하니까, 그래서 글러브박스와 후드를 왔다 갔다 하며 실험을 해야하니까 보통 앉아서 실험을 하지 않기에 실험을 종일 하게되면 종일 걷다가 뻗치기 하다가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다름이 없다. 가끔 이렇게 오래 서서 일하다 보면 예전에 의경에서 복무할 때 시위 막는다고 방패 세워놓고 뻗치기 하던 생각이나, 미국대사관 같은 주요 지역 경비한다고 주간, 철야로 서있던 기억이 날 때도 있다. 그때만 해도 내가 미국 와서 이러고 있을 줄 상상도 못 했는데 사람 일 모르는 거다. 

  어쨌든 이렇게 밸런스를 맞춰놓고 나니 걷는 시간이 어느정도 확보되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되도록이면 엘리베이터도 안 타려고 하고 nmr 찍거나 샘플 맡기러 가면 보통 몇 층 정도는 계단으로 왕복하며 다니는 등 일하는 시간에 몸을 쓰는 시간을 좀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기도 하다. 점점 더 밸런스가 중요해지는 나이가 되어가는 것이다. 예전에야 하루 무리하고 해도 버틸만했는데 이제는 무리하게 뭐 하다가는 아침저녁으로 끄어억 하기 쉬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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