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과 포켓몬 마스터

요즘 EPR을 잔뜩 찍다가 생각해 보니 박사과정이 내가 마치 포켓몬 마스터가 되어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험하다가 미쳐가는구나 싶겠지만 생각해 보면 포켓몬 마스터가 되는 방법은 다른 강한 적이 가진 포켓몬을 모두 물리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무슨무슨 체육관 도장 등등 다 깨부수고 뱃지 받아서 인정받는 것이 포켓몬 마스터일 텐데 이 과정에서 상대의 포켓몬을 잘 파악하고 그 속성에 맞게 최적화된 포켓몬을 내보내는 것이 마치 박사과정에서 실험하는 것 같다고 하겠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내가 이건 이렇게 될 거니까 이번엔 이 실험을 하겠다!라고 하면 미지의 실험결과 1이 '훗 그따위 실험으로 날 파악해서 결과1뱃지를 얻으려 하다니 가소롭군' 하면서 돌려보내던가, '아니 그 실험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데 어쩔 수 없지, 자 여기 결과1뱃지를 받아가라..' 하는 식으로 항복하던가 하는 식이다.

그렇게 한 실험에서 이겨서 결과를 얻으면 다음 실험 2에게 또 도전해서 이번엔 널 이렇게 공략하겠다! 하면 또 다른 미지의 실험결과 2가 '그전 약해빠진 실험 1처럼 내가 당할 성 싶으냐!'라고 하며 결과를 쉽게 내어주지 않을 텐데 내가 마치 파이리를 낸 상대에게 꼬부기를 내는 식으로 딱 맞는 조건에서 실험을 해버리면 실험 2는 '크윽 이런 상성을 가진 조건에서 실험을 하다니 대단하군 자 이 결과뱃지2는 네 것이다' 하고 결과를 내주는 것이다.

그다음에 이제 이런저런 실험으로 각자 조무래기들 깨부수고 사천왕들 공략하고 나면 이제 관서지방을 정복하는 느낌으로 논문이 하나 나가는 것이다. 중요한 건 최적의 조건을 찾아서 내가 원하는 배지를 하나씩 얻어가는 것이 두 과정 다 비슷한 것 같다. 마저 실험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