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라는 한 인물을 조명하면서 이사람의 일생을 따라가는 소설 스토너는 사실 뭐랄까 스릴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담백한 문체와 그 자극적이지 않음이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오고, 어느새 스토너의 인생에 몰입하게 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수로 평생을 살았던 그의 인생은 사실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저자의 말처럼 그는 평생을 좋아하는 문학 강의를 하면서 교수로 살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사생활로 들어오면 이디스라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괴짜같은 부인과 그들 사이에서 불행하게 자란 그레이스라는 딸, 관계가 안좋아진 로맥스라는 동료교수 등 여러 부분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많이 일어난다. 개인적으로는 이디스와의 시간만 놓고 봐도 충분히 이혼을 할만하지 않나 싶을정도인데 이 스토너라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이혼 없이 살아가는 참을성이 대단한 사람이다.
이디스는 물론 스토너가 먼저 대시하면서 만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된 것이긴 하지만 나중에 보이는 그 히스테릭한 부분들이 보는 나 마저도 숨막히게 만드는 괴짜같은 사람이었다. 딸과 아버지의 사이를 질투해서 갈라놓고, 자기 멋대로 딸에게 어떤 이상적인 모습을 강요하고, 본인 스스로도 성격의 위아래의 폭이 큰 사람으로 스토너가 정말 어떻게 버텼나 싶을 정도로 인상깊은 부인의 모습이었다. 스토너의 성격 자체가 공격적이지 않고 갈등을 피하려 드는 사람이기에 이렇게 관계가 유지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였으면 진작에 들이받고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던가 했을텐데 그럼 그가 십수년을 더 살았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물론 이디스 나름대로 말년의 스토너를 옆에서 보살펴주긴 하지만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녀가 지난 세월간 저지른 과오가 씻겨지진 않는 것이니말이다.
그레이스는 아버지였던 스토너가 더 강력하게 감쌌다면 훨씬 더 밝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을 것만 같은데 그러지 못하고 이디스의 손길을 워낙 많이 타서인지 결국 본인 스스로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되고만다. 나중에 스토너가 후회를 많이 하는 부분이기도하다. 아마 나였다면 양육권을 주장하면서 어떻게든 이디스와 떨어뜨리려고 했을 것이다. 스토너와 더불어서 가장 안타까운 존재이기도 하다.
스토너의 삶을 엿보면서 내 주변에 있는 노교수님들의 이미지가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아마 이 사람들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아서 생기는 여러 갈등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테뉴어를 받은 이상 누가 누구를 해고할 수 없는 동등한 위치에 있기에 더더욱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마치 공무원의 장점이 내가 안잘리는 것이고 단점이 쟤가 안잘리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테뉴어 받은 교수도 누군가와 갈등이 일어나면 여러모로 불편한 시간을 많이 겪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건 스토너는 교직에서는 여러모로 잘 가르치는 교수임에는 틀림 없다. 강의 준비를 성실히 하기도 하고, 기본적인 과목을 가르치는 것보다 대학원 강의 등 더 심도깊은 강의를 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것을 보면 교수로서의 삶이 천직인 것 같기도 하다. 이후에 제자와 사랑에 빠지는 불륜을 저지르는 모습은 영화 은교가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불륜설에 휩싸이면서 제자를 먼 곳으로 떠나보내는 마음아픈 결정을 하기는 하지만 나중에 그녀가 교수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온 마음을 다해 기뻐하지 않았을까 싶다. 갑자기 드는 생각이지만 이디스는 이걸 알았음에도 이혼하려들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그의 일생을 보면 정말로 참을성이 대단하고 조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면서 살아본 한 번의 인생은 지금 한창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나도 나중의 미래를 생각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의 책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출판된건가 싶기도 하다. 추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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