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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프랑스 문학느낌?,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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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클래식을 듣는 입장에서, 악기를 하는 입장에서 책 제목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면 손이 안 갈수가 없다.

제목의 뜻은 소설 중간에 나오는데, 주인공의 썸남이 데이트 신청을 하며 보낸 편지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써있는 부분이 나온다.

연상녀를 동경하는 연하남이었던 클라라와 브람스의 관계가 머릿속에 스쳐지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프랑스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나랑 같은 취향을 가진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다 '불분명하다' 는 것이다. 모차르트, 베토벤 하물며 낭만시대 수 많은 작곡가들의 분명한 기승전결에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반대로 프랑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되려 그 분명하지 않은 기승전결에서 오는 몽환적인 느낌이 중요 포인트라고 했다. 여전히 내 입에선 '읭?'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공감이 많이 되진 않지만 프랑스 문학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하게 되었다.

다만 한 가지 새롭게 깨달은 점은 사랑을 묘사하는 소설에선 이런 느낌이 꽤나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깊은 갈등이 있어서 눈물 콧물 쏙빼고, 울고불고 매달리는 사랑 이야기도 물론 그 나름의 재미와 감동이 있지만, 이 소설같이 서서히 식는 사랑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히는 점이 프랑스 음악과 다른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인 폴의 시선에서 현남친인 로제는 익숙한 사람인데 새로운 잘생긴 연하남인 시몽이 등장한다. 훅 들어온 썸남과 맞물린 현남친의 바람으로부터 나온 식은 애정이 폴을 썸남에 넘어가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폴은 다시 로제를 선택하고 시몽을 내보내게 된다. 세상 복잡할 것 없는 소설의 플롯이지만 여기서 느껴지는 세 사람의 심리 묘사가 이 소설의 매력인 것 같다. 근데 또 막상 떠올리려면 머릿속에 어떤 사건이 떠오르기보단 그냥 이 글을 읽으며 느꼈던 분위기만 머릿속에 잔상처럼 떠오른다. 우중충하게 구름낀 날씨에 백열등을 켜놓은 방 안의 어질러진 모습 속 두 남녀, 상반되는 남자 둘의 이미지, 가운데에 있는 폴 정도?

그 와중에 만약 시몽이 폴의 조언대로 그녀에게만 매달리지 않고 멋지게 계속 일해나갔다면 게임은 로제가 아니라 시몽에게 기울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근데 또 이렇게 되면 두 남자의 찌질함 밸런스가 붕괴되어버리니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화 된 작품이기도 해서 조만간 영화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분량도 크게 부담되지 않으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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