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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인다이닝을 스릴러로 바꾸는 영화, 더 메뉴 (The Me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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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다이닝이야 많이 들어보고 지인들도 다녀오고 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게 스릴러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영화 The Menu가 이를 해냈으니, 간만에 아주 즐거웠다.


결론적으로 영화의 줄거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의 뒤틀린 불만표출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리사의 관점에서 지적하는 손님들의 실망스러운 모습과 기억들이 단순히 요리라는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요리라는 소재를 빌려 문화예술계 전반에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마치 파격적인 작품 연출로 현대예술을 비웃었던 뱅크시 작품의 영화판이라고나 할까.

오히려 자른다음에 가격이 오른게 유머


영화에서 손님들의 일부는 셰프의 요리에 극찬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맛이 사실 어떤 것을 표현하는 것이고, 예술 그 자체이며, 조화가 환상적이다 하는 식이다. 하지만 빵이 나오지 않는 코스요리에서도 빵이 나오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어! (심지어 눈물을 보인다) 예술 그 자체야 굉장해! 라면서 셰프를 치켜세우는데 감독은 마곳의 시선을 빌려 이런 현상이 정상적이지 않음을 지적한다.

도대체 뭐라는거야 빵이나 달라고!


마곳과 함께온 남자친구는 광신도가 되어 극찬을 아끼지 않는데, 내가 아무리 먹는 것을 좋아하는 foodie라고 얘기하고 다녀도 저정도는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과하게 요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수셰프가 죽는 과정에서도 이것 또한 연출된 것이라며 그 와중에 음식을 욱여넣는 장면은 뭔지도 모르겠는 현대 예술에 열광하는 일부 극단적인 관람객들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아마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면 이걸 작품이라고? 하는 여러 현대 예술작품들을 기억할텐데, 해설이 없으면 이게 왜 작품이 되는지 (가끔은 해설을 들어도 갸우뚱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이 영화에서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술시간에 들었을 때 한 번쯤 읭? 했을 작품인듯



부자 부부를 비롯한 평론가들 같은 사람들은 요리를 즐기는 것이 목적이 아닌 그냥 비싸고 좋은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방문한 사람들이다. 남들은 한 번 오는게 꿈일 정도로 유명한 레스토랑을 열 한 번이나 방문 했음에도 기억에 남는 요리하나조차 없는 이 양반을 보며 셰프가 실망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극단으로 끌고가서 그양반 손가락까지 자르긴 하지만 내가 셰프입장이라도 슬플 것 같긴 하다. 본인의 자부심을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해 만든 하나하나 주옥같은 요리였을텐데 그저 돈으로만 해결하려 했던 이런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끼지 않았을까.


온갖 수식어는 다 갖다 붙이면서 감탄하던 그양반


생각해보면 셰프가 보이는 노력을 단순히 돈으로 퉁치고 쉽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면 허탈할 것 같긴 하다. 그들은 물론 돈을 버는 것도 버는 것이지만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큰 행복일텐데말이다. 아마 셰프의 분노는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터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파인다이닝 운영하는 셰프들이 봤으면 통쾌한 영화라고 생각했으려나.


정크푸드고 뭐고 치즈버거는 인정이지


주인공 마곳은 우리의 마음을 대변해주며 이렇게 이상하게 돌아가는 레스토랑을 기어이 탈출하고 만다. 치즈버거를 주문하면서 말이다. 앞선 여러 환멸을 일으키는 사건들로 더이상 요리에 사랑을 담지 못하는 셰프의 옛 요리에 대한 열정을 자극하는 치즈버거를 만들어달라고 함으로써 그녀는 섬을 빠져나갈 수 있게 된다. 폭발과함께 타오르는 레스토랑을 멀리서 바라보며 치즈버거를 베어무는 모습은 통쾌하기 그지없다.

앞서 언급한 현대예술에 대한 비판이니 하는 감독의 메세지를 차치하고라도 충분히 스릴러 영화로써 즐길 수 있는점도 중요하다.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영화에 메세지를 담는답시고, 대중을 계몽한답시고 만들어졌지만 재미를 잡지 못해서 처참히 망한 케이스를 본 가운데에 이번 The Menu는 재미와 메세지 두가지를 균형있게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추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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