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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Atonement - 내가 내뱉은 말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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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영화 보면서 주인공 (브라이오니) 욕을 많이 했다. 창창한 미래를 가진 한 남자의 인생을 말 한마디로 송두리 째 바꿔놓았고, 하필 그게 전쟁이랑 겹쳐서 비극적인 결말마저 맞이하게 한 이 커다란 죄. 그녀는 이를 평생 속죄하려 하지만 사실 이게 진정한 의미의 속죄인지 아니면 자기연민,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어하는 자기도피 행위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놓고 보면 브라이오니는 속죄를 한다고 진로를 바꿔서 간호사가 되었고, 전쟁터에서 환자들을 돌보지만, 끝내 자신의 언니 (세실리아)와 그녀의 남자친구 (로빈)을 평생 만나지 못한다. 전쟁 중에 둘 다 사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이오니는 끝내 장수해서 소설가가 되고, 마지막 작품으로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이걸 작품이라고 대중 앞에 공개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본인이 속죄하는 마음으로 썼으면 그대로 간직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은데 이걸 공개하는 이유가 뭘까. 단순히 계약한 출판사와의 의리 때문일까, 굳이 출판을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소설에서 그들이 행복하길 바랬다면서 만나지 못한 그 둘을 만나게 하고, 자신은 욕받이를 하면서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는 식으로 마무리를 했다. 이렇게 하면서 얻게 되는 것은 자신의 속죄도 있겠지만 자기 자신이 평생을 짊어졌던 멍에를 내려놓고자 하는 자기연민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가혹한 시선으로 브라이오니를 바라본건가 싶기도 했다. 늘그막에 그렇게 오래 힘들게 마음고생 한 것에 대한 위안이라고 생각하면 또 할만큼 했다는 생각도 든다. 전쟁이라는 비극적인요소가 없었다면 비단 그녀의 말로 로빈을 감옥에 보냈더라도 4년의 형 후에 로빈과 세실리아가 행복할 수 있게 더 노력할 수 있었을텐데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으니 브라이오니 본인 스스로도 얼마나 죄책감이 컸을까 싶기도 하다. 심지어 진범이 누군지까지 확인하고 말았으니 그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그 때 본 것이 진실이 아니었는데, 이로 인해 야기된 결말이 나비효과처럼 두 사람을 통째로 나락으로 보내버렸으니 그 고통의 크기를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이 영화를 반면교사 삼아 내가 내뱉었던 말들도 되돌아보게 되었고, 더 조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생각해보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의 극단적 영화화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여기서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들도 마음에 들었다. 정말 찰떡으로 맞아떨어지는 느낌. 2009년 영화지만 충분히 찾아봄직하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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