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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기의 그 시절, 영화에 관한 영화 바빌론 (Babylon)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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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은 영화는 영화 산업에 관한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영화인 '파벨만스'를 보면서 그 시대의 영화산업에 대한 대략적인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이것보다 조금 앞선, 할리우드에서 영화산업이 처음으로 꽃을 피우려고 하는 그 시점을 조명하는 이 영화에서, 난 광기를 느꼈다. '파벨만스'에서는 감독의 열정을 보여주려고 하는 영화였다면, '바빌론'에서는 영화 산업 그 자체의 분위기에 대한 광기어린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감독의 코멘터리를 보고서 알게 되었지만, 실제로 그 당시에 영화 종사자들이 종일 오전 오후에 촬영하고 밤에는 광란의 파티를 했다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다. 지금의 영화 촬영 현장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탑스타인 넬리는 코카인을 하고, 난잡하게 노는 것이 이후에 나오는 다른 사교모임과 극단적인 대비를 보여주기까지 한다. 이런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시간을 거치면서 지금의 잘 갖춰진 영화 제작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까지 하다.

사람이 죽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전쟁 장면을 찍는 신에서 실제로 무기에 찔려서 죽거나, 촬영감독이 컨테이너에서 너무 더워서 죽어버리는 사건 사고가 수도 없이 일어났던 시절이고, 그럼에도 영화를 만들려고 죽기살기로 덤비는 그들의 모습은 이성적인 관객의 시선으로는 사실 이해하기 힘든 열정이다. 다른 직업군에서도 이런 열정을 찾아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술을 하려는 사람들이라서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서도 보는 내내 '이야 이걸 이렇게 했다고?' 하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그들의 야생미 넘치는 열정은 중세 르네상스 시대를 연상시키는 사교모임과는 완전히 다른 날것의 모습이었고, 결국 그들은 불어를 배우고, 시덥잖은 농담을 외워가며 어울려야 했던 사교계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한 채 그들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기로 한다. 아마 그들에게는 우아하게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차를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가식적이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것처럼 불편했으리라. 결국 그들이 이런 사교계에서 벗어나면서 그들만의 바운더리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이제 당당하게 예술의 한 분야로 들어와서 다른 장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화산업을 그 당시 그들이 본다면 얼마나 감회가 새로울까. 그 당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던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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