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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생각

주말에도 실험하는 나, 어쩌면 나 화학을 진짜로 좋아하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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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섭그룹 (전체미팅 말고 비슷한 연구하는 멤버들끼리 모여서 미팅, 데이터 업데이트) 준비하려고 주말에 잠깐 나오려는 일정이었으나, 그 잠깐 실험하고 나온 결과가 제법 나에게 흥미로워서 이게 재현이 되나? 확인을 미팅전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실 월요일에 미팅하고서 재현되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해도 지도교수님은 크게 개의치 않아 할 것이 눈에 훤하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일요일 아침에 실험을 하러왔는데 결과 기다리면서 문득 내가 뭔가 대견하다.

석사 과정때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한 번 있긴 하다 예전에 랩에서 합성해서 쓰는 chemical oxidant인 PPAA (phenyl peracetic acid) 합성이 안되어서 주말에 엄청 시간 쏟아부으면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면서 결국에 만들었던 적이 있다. (아마 누구에게는 무지하게 쉬운 일이었을지도) 아무튼 이런 순간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뭔가 화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애정이 깊어져 가는 것 같다. 물론 진짜 가끔은 너무 복잡하고 (합성하는게 까다롭다거나, 너무 정제하는게 귀찮다거나), 샘플 준비하다가 잘못해서 육두문자 날리기도 하고 정말 애증의 관계지만 그래도 성공했거나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을때는 오 뭐야 개쩔어 하면서 달겨들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 

가끔 화학과 돌아다니다보면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보이시는 분이 엄청 큰 플라스크 들고 돌아다니시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스치듯이 본 것인데도 되게 인상깊었던 기억이 있다. 나도모르게 나이를 어느정도 먹으면, 기업을 가던 학계에 남던, 실험에서는 손을 뗄거란 생각을 했는데, 이게 진짜 즐거운 일이라면 굳이 안그래도 되지 않겠는가? 물론 뭐 실험하면서 느껴질 건강에 대한 염려는 좀 더 커질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궁금한거 안할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정도 나이 먹으면 누가 결과 달라고 나한테 푸쉬 안하지 않을까) 더 재밌게 할지도 모르겠다. 과연 난 한 20년 쯤 뒤에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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