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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생각

2년차 세미나를 준비하다가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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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는 2년차에 자기 연구분야와 관련 없는 주제를 선정해서 (하지만 자기 세부 분과와는 관련된 가령 유기면 유기, 무기면 무기 등) 자신의 Thesis committee를 포함한 화학과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이 있다. 나중에 세미나가 끝난 후에 내가 발표한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서도 블로그에 업데이트 하겠지만, 최근에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한개 남은 과목의 중간고사와도 기간이 겹쳐서 허덕이던 와중에 좀 느낀게 있어서 적어보고자 한다.

사실 내가 연구하던 주제가 아닌 주제에 대해서 자료를 찾다보면 전체적인 연구 흐름을 잡는 것이 처음인데, 내가 선택한 주제를 몇 개의 리뷰 논문과 함께 조사하다보니 어느새 내가 시간 순서대로 ppt를 준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같이 봐주던 시니어들도 이렇게 되면 2009년에 뭐 2020년에 뭐 나왔습니다 하고 얘기할 게 없을거라면서 이걸 committee가 바라는게 아닐거라고 했다. 

결국 내 연구와 관련된 주제가 아니었음에도 이 발표를 통해 내가 얻어가야 하는 것은 발표를 잘 하는 것도 물론 포함이겠지만 내가 낯선 연구 주제에 맞닿았을 때 얼마나 비판적인 시각으로 이 주제를 바라볼 수 있는지였다. 내가 이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연구결과든 완벽한 연구 결과는 없기에 어떤 부분이 더 있었으면 좋겠는지,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미래엔 어떤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면 좋을 것 같은지에 대한 criticism을 중점적으로 더 신경써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 사실 내가 우려했던 부분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아 이렇게 되면 시간 순서대로 읊는 것 밖에 안되는데..' 의 생각에서만 멈춰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지금까지 만들었던 ppt 내용의 절반을 갈아엎고 있긴 하지만, 오랜만에 뒤통수를 찐하게 맞고 깨달은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 이게 아마 내가 예전에 석사하면서 고민하던, 테크니션에서 벗어나는 방향이 아닐까 싶다. 넓게 보면 눈 앞에 있는 것만 하지 말고 네 생각을 가미해서 넣어야 하는 것인데 아직도 갈길이 먼 것 같다. 그래도 이번에 잘 마무리하고 한 발 더 박사로 나아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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