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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생각

실험하다가 골프엘보가 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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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왼쪽 팔꿈치가 찌릿찌릿하고, 아침에 손이 붓는 것 같아서 왜이러나 싶었다. 처음엔 헬스를 너무 무리하게 해서 다친 건가 싶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난 왼손잡이라 왼손힘이 훨씬 세서 헬스를 하다가 다쳤으면 더 약한 오른쪽이 다쳤어야 마땅하다. 혹은 양쪽 자세가 잘못되어서 다쳤다면 양쪽이 다 아팠어야 맞다. 근데 이게 아니라는 건 다른 데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최근에 실험을 너무 오래하긴 했다. 내가 하던 실험이 GC에서 분석하기 전에 전처리 과정을 네 단계정도 거쳐야 하는데, 매일 30-50개 샘플을 그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다보니 왼손에 무리가 온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난 왼손잡이라서 피펫팅을 비롯한 거의 모든 실험을 왼손위주로 했기 때문이다. 

전처리 과정은 간략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1. GC 컬럼에서 -OH기가 붙어서 검출되지 않으므로, 이를 붙지 않는 ester 그룹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acetic anhydride를 넣어준다.

2. 여기에 얼마 뒤 얼음을 넣어서 과량으로 들어간 acetic anhydride를 acetic acid로 분해한다.

3. 황산수용액을 넣어서 metal complex를 제거하고(demetallation), 클로로포름을 넣어서 유기층을 만들어서 생성물이 유기층에 남게 한다.

4. 산성화된 수층을 피펫팅하여 제거하고, 탄산수소나트륨(NaHCO3)로 남은 수층을 중화한다.

5. 수층을 다시 피펫팅으로 제거하고, 증류수를 넣어서 남은 염을 제거한다.

6. 증류수층을 제거하고 유기층만 남겨서 샘플링을 마무리한다.

하나의 샘플에 이 과정에서 피펫팅이 대여섯번이 들어가는데 처음 샘플링하는 과정부터 하면 끝날 때쯤엔 손이 저릿할 정도가 된다. 처음엔 그냥 피로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추천서를 받겠다고 근 두달을 주말도 없이 나가서 매일 이렇게 샘플링을 해대고 나니 확실하게 무리가 온 것이다. 쥐어짜는 일을 많이 하는경우에 골프엘보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내가 하던 glass pipet을 이용한 피펫팅이 원인이 된것이 확실한 것 같다.

물론 이제 당분간 실험을 안할테니 확실히 나을테니 걱정은 없다만 많이 놀랐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샘플링의 피로감이 누적되니까 이렇게도 되는구나.. 다시 박사과정 나가서 실험을 시작하게 되면 이런 것들을 주의해서 무리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도록 오른손도 피펫팅을 능숙하게끔 익혀서 피로감이 분산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한편으로 든 생각은 그래도 내가 열심히 살긴 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오죽하면 이런 통증까지 왔겠나 싶었다. 통증이 뿌듯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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