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에 논문을 내면 어떤 과정으로 우리가 홈페이지에서 보게 되는걸까?
1. 일단 우리가 여차저차해서(피똥싸는 노력으로) 논문을 쓴 다음, 우리 연구를 여기 저널에 내고 싶습니다 라고 하고 특정 저널에 낸다. 보통 논문의 메인 텍스트를 담고 있는 Manuscript, 여기에 분량상 미처 담지 못한 자료들이 있는 Supporting information, 그리고 에디터에게 우리 논문이 어떤 논문인지 요약해서 보내는 Cover letter, 총 세 가지를 같이 보낸다.
2. 에디터가 논문을 받고 이걸 흔히 peer-review,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는 전세계 곳곳의 교수들 중 몇명을 추려서 논문을 리뷰해주십사 하고 논문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우리 논문은 A, B, C, D, E 교수 중에 몇 명한테 리뷰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처음에 에디터한테 보낸다. 에디터가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해가 된다. 그리고 논문이 이런 교수들에게 배당되면 교수들의 신원은 노출되지 않고, 리뷰만 보내면 된다. 신원이 노출되면 이메일 다이렉트로 쏴서 싸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면 에디터가 이 리뷰를 추합해서 저자에게 보내게 된다.
*물론 리뷰에 누가 리뷰했는지는 적혀있지 않지만, 질문 리스트에서 그리고 어조에서 누가 리뷰했는지 느낌이 오는 경우도 있다. 가장 분명한 경우는 이런 이런 논문을 reference에 더 추가해야 한다 라고 하고 보낸 추가 논문 목록이 전부 한 개의 그룹에서 나온 경우라던가, 특정 그룹의 실험 결과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던가 하는 경우가 있다. 영어도 flow가 native가 쓴 느낌이 나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비슷한 연구 커뮤니티에 있는 경우라면 대충 추려지기도 한다. 더군다나 우리가 추천 리뷰어 명단을 보내기도 했으니까 얼추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3. 이 리뷰를 승낙한 교수는 정해진 기간 내에 논문을 읽고 논문을 저널에서 받는 것이 좋을지 말지에 대한 결정을 하게 되는데, 저널에 따라 디테일의 차이가 있으나 보통 초장에 거절되지 않는이상 Major / Minor / Accept의 응답을 주게 되는데, Major revision은 논문에 큰 결함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런저런 결과 등이 더 필요하니까 이런 것등을 해서 보완하고 다시 내면 받아줄지 결정하겠다는 경우이다. Minor는 훨씬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주긴 할건데 자잘한 오류들이 있는 것 같으니 이걸 검토해보라 하는 정도이다. 보통 오타라던가, 문법이라던가, 논문 자체의 흐름, 등 추가적인 실험의 결과를 체크한다기 보다는 마무리 손질하는 느낌이 크다. Accept가 바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거진 minor를 거쳐서 논문이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요즘은 아카이브에 동시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아카이브 (https://chemrxiv.org/engage/chemrxiv/public-dashboard)는 우리가 쓴 논문을 미리 올려서 혹시나 비슷한 (동일한) 연구가 있었을 때 누가 먼저 했는지를 가리기 위해서 많이 쓰는 것 같다. 마치 '우리가 이거 연구했고 논문 지금 리뷰중이니까 비슷한거 해서 뺏어먹을 생각 마라' 라고 찜 해놓는 느낌이다.
4. Major revision을 하는 과정은 녹록치 않다. 저널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논문 안에서 기대하는 기대치도 높다. 하지만 연구 결과라는 것이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고, 미처 연구가 완벽하게 되지 못한 분야가 있을 수 있는데, 리뷰어는 온갖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실험은 해봤냐, 저 실험은 해봤냐, 이건 결과가 왜 이렇냐, 등등.. 보통은 리뷰어가 지적한 실험을 더 진행하는 식으로 진행하지만 간혹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서 잘 판단해서 실험을 할지 말지 결정 해야 한다. 마치 내가 각잡고 요리를 해서 한상을 푸짐하게 차렸는데, 왜 이 스테이크는 뉴욕스트립이냐 필레미뇽으로는 만들어봤냐, 시즈닝은 왜 소금후추만 썼냐, 소스에는 뭘 넣었냐 직접 만든거 아니고 어디 파는거 쓴거 아니냐, 이런 비슷한 스테이크 널리고 널렸는데 굳이 여기 가져온 이유가 뭐냐, 뭐가 특별하냐 꼬치꼬치 캐묻는 느낌이랄까. 차려놓은 입장에서는 맛있게 드셔주세요 하지만 심사를 하는 입장이라니 뭐 물을수는 있다고 본다.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는 경우는 비슷한 연구를 하다보니 일부러 시간을 지연시키는 의도일 수도 있고, 아예 못받게 해버리고 자기네 랩이 비슷한 연구 논문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들은 것 같긴한데 대다수의 경우는 일부러 지연시키는 경우 까지는 잘 가지 않고 그냥 어려운 퀘스트를 내주는구나 싶긴 하다.
5. 실제로 논문을 내기 직전까지는 아 우리 논문은 완벽해, 자신있어 하고 내더라도 리뷰어에게 두들겨 맞고 온 후에 코멘트들을 보면 '아 이런 부분은 우리가 놓쳤구나'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분명히 논문을 내는 교수도 여러번 검토 했겠지만 확실히 다른 리뷰어들의 관점을 따라가다보면 이런 동료리뷰 과정이 꼭 필요하구나 싶긴 하다.
6. 이 Revision 과정은 여러 번 반복될 수도 있으며, 하라는 걸 다 하고서 다시 보내도 Accept 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 간혹 에디터가 개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리뷰어가 만족해도 에디터가 잘라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revision을 완료하고 다시 보낸 다음에는 받아달라고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7. 기도가 먹혀서 accept 하게 되면 최종적으로 proof 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오탈자가 없는지, 실험 데이터나 그림이 규격에 맞는지 등 좀 더 publication 과정에 가까운 작업들을 하게 된다. 보통 며칠 안에 끝나는 과정이다. 이 과정까지 끝나면 이제 논문이 홈페이지에 등장하게 된다. 보통 Asap article이라고 한다. 논문은 보통 매주, 매달 한 권의 책 형태로 발행되는데, 이런 주간, 월간 논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기다리는 논문을 asap article or accepted article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됐으면 doi를 받게 되고, 이는 논문에 매겨지는 고유 번호로 자기 CV, resume 등에 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실제 발행 부수 안으로 들어가서 page number를 받게 된다.
8. 이제 나온 논문을 동네방네 자랑하면 된다. 랩 차원에서는 트위터랑 그룹 홈페이지에 올리고, 개인적으로는 링크드인, CV 등에 자랑스럽게 적고 학회가서도 발표하고 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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