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비슷한 주제를 연구하는 다른 연구 그룹의 논문을 읽는 일이다. 보통 땡땡 커뮤니티 라고 한다. 혼자 읽고 말거면 자기가 얻으려는 정보만 얻고 빠지면 되지만 이걸 발표하는 입장이 되면 좀 더 디테일하게 파고 들 필요가 있다. 이 시간을 통해서 그룹 전체가 알고있는 정보를 최신으로 업데이트 해주고, 더불어 대학원 과정의 핵심인 논리적 비판 능력을 보여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일반인 입장에서 논문은 완벽한 출판물 그 자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크으 네이쳐! 크으 사이언스!), 계속 논문을 읽다보면, 혹은 쓰다보면 이게 그다지 완벽한 저작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아무리 과학적 내용을 담고있고, 여러가지 증거들을 통해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출판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강점과 약점이 분명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엄청나게 튼튼한 자동차를 개발했어요! 라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치자. 신소재를 사용했던가 소재 합성방법을 바꿨던가 뭔가를 어떻게 해서 이렇게 저렇게 튼튼해졌다고 자랑을 할 것이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분명 연구하면서 단점을 발견했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튼튼한 물질의 수율이 너무 낮다던가, 합성이 까다롭다던가, 합성과정에서 환경에 해로운 물질이 많이 발생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논문의 출판 방식이 출판 전에 리뷰어들 보통 2~3명이 익명으로 리뷰에 참여해서 이걸 다 디펜스해야 나오는 것이긴 한데, 리뷰어에 따라서, 저널에 따라서 이 과정에서 철저하게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나타날 '수도' 있다 (탑 저널일수록 보통 잘 걸러진다). 왜냐하면 논문 자체의 분량이 꽤 되거나 데이터를 검증할 때 본문에 있지 않고 참고 하라고 들어간 내용들이 가끔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supplementary information으로 따로 들어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걸 하나하나 따져가며 읽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이긴 하나 논문 발표를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하지는 않으므로 한 번 할 때 정성들여서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 분량이 많다고 해서 이 과정을 빼먹으면 이 논문의 홍보대사로 끝나고 마는 것이다. 비슷한 연구주제를 연구한다는 것은 잠재적 경쟁자라는 소리기 때문에 배울건 확실히 배우고, 아닌 것 같은건 반면교사 삼아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이 논문의 저자인 것처럼 논문의 강점을 설명해줄 수도 있지만, 그건 학회에서 내 이름으로 나온 논문 셀링할 때나 그렇게 하면 되고 논문발표 시간에는 엄청나게 까다로운 심사위원이 되어 논문을 바라봐야한다. 비슷한 연구주제면 실험 테크닉이나 사용하는 기기, 분석 방법등이 비슷할테니 이 그룹의 사람으로 빙의해서 '나라면 실험 이런 것도 해봤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며 분석을 해야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약점이 보이고, 이들이 어떻게 그런 것들을 디펜스 해가며 논문을 출판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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