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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부러움은 상대적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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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움은 내가 가진 것과 남이 가진 것을 비교한 후, 내가 가진 것이 남의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 드는 감정이다. 어쩌면 행복의 가장 큰 적이 아닐까.

여기서 가진 것이라 함은 물질 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경험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부러움이 될 때도 있지만 전혀 나와는 상관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난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기에 누가 아마추어오케에서 말러 3번을 합창단과 롯데콘서트홀에서 했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엄청나게 부러워 했겠지만, 밴드 공연엔 흥미가 없기에 자라섬 페스티벌에서 단독 공연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부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부러움이라는 감정은 상대적인 것이다. 전적으로 내가 관심이 있는 것에 국한된 감정이 아닐까.

갑자기 이 생각이 든건, 같은 랩 미국 친구가 내 시카고 여행 얘기를 물으며 자기는 한 번도 다녀와 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부터였다. 환승하러 시카고 공항에 열댓번은 들렀지만 실제로 시카고 여행을 해보진 않았다고 해서, 머리가 좀 띵 했다. 서울 사람이 경복궁 안가는거랑 비슷한건가 하는 느낌이었다. 알게 모르게 나는 여행을 많이 안해봤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뭔가 시카고에 대해선 내가 더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묘한 감정이 일었다.

만약 세상에 여행지가 시카고 밖에 없었으면 시카고를 가고 안가고는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겠지만, 세상에 여행지가 수도 없이 많고 우리는 그걸 어느 여행지가 더 좋고 나쁘고의 우위를 매길 수 없기에 비교 혹은 그에 따른 감정의 우위를 느낄 수 없는 것 같다. 비단 여행이라는 카테고리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이런 마인드로 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사회에 알게 모르게 그어 놓은 '좋은' 혹은 '부러움을 사는' 삶이 정의되어 있는 것 같아서 자꾸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미국에선 다행히 그런 느낌을 거의 받지 않고 있는데, 물질 적인 면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이 나라 문화 덕분인 것 같다. 한국에선 고등학교 까지는 교복을 입고 다녀서 그런 걸 안느끼다가 대학교 와서 개강 런웨이라는 명목으로 학교에 정말 멋지고 예쁘게 꾸며입는 학생들이 많기에 ootd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는데, 미국은 전혀 그런 게 없어서 (적어도 내가 있는 곳에선) 여기서 부러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가끔은 내가 더 잘 꾸민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동차를 끌어도 정말 여기는 '탈 것', '나와 내 짐을 운송해줄 기름만 넣어주면 굴러가는 바퀴달린 수단' 에 지나지 않기에 굳이 독3사 자동차를 끌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좋다. 같이 연구하는 애들 꼬질한 모습 보여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 좋다. 한국이었으면 무조건 뒤에서 얘기가 나왔을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꼬질하게 다닌다는 건 아니다).

몇 년 더 미국에 있을거지만 이렇게만 지내서 덜 비교하고 지내며 마음 편히 시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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