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블로그에도 많은 유사과학을 지적하는 글을 올리곤 했던 사람으로서 MBTI는 정말 재미로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도 내 유형이 이런저런 테스트들 (뭐 이것저것 성향을 물어보는 각기 다른 테스트지만 결국엔 MBTI로 향하는?)을 통해서 내 유형이 ESTJ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게 사실 혈액형에 성격을 연관짓는 것 만큼이나 부정확하다는 것은 더할 말이 없을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안드는 것은 사람을 16개 유형으로만 구분한다는 것이다. 16개면 충분히 갈릴 수 있지 않느냐 싶긴 하지만 최근에 다음과 같은 글을 보고서 더더욱 이 16개 유형으로 구분하는 것이 얼토당토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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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등 성격 유형론이 가진 맹점들 - 리디셀렉트
박진영
select.ridibooks.com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MBTI는 너무 극단적으로 둘을 가른다는 것이다. 일종의 반올림, 사사오입 같은 느낌이다. 51% E가 나오고 49% I가 나오면 E유형이 되어버리지 여기서 0.51E라고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저렇게 극단적으로 E 또는 I 유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도 개개인이 다 느끼실거라 생각한다. 근데도 가장 큰 문제점은 여기에 해당되는 여러가지 성격 유형들을 계속 접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내 성격이 저기에 맞춰지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으니 크게 흔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자꾸 MBTI에 노출되는 것이 나에게는 썩 달갑지 않다. 마치 어렸을적 A형은 소심하고 AB형은 천재아님 또라이라는 항간의 소문을 철썩같이 믿어버려서, 내가 어쩌다 소심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아 난 A형이라 그런가봐' 라고 생각하는 요상한 논리 프로세스를 따라가게 되는데에도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유라고 하겠다.
'에이 재미로 그런건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라고 하기엔 MBTI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이 소비되는 컨텐츠중에 하나다. 유튜브, 인스타, 뭐 뭐뭐 등등 인터넷을 하다보면 안할 수가 없는, 어디서 뭐 새로운 MBTI 테스트 나왔다그러면 카톡방마다 좌라락 올라와서 달려가게 만드는 컨텐츠들이 계속해서 생산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마주치지 않는 방향을 택하기로 했다. 물론 뭐 사석에서야 내 유형은 뭐야 정도 얘기할 수는 있고, 아싸처럼 그걸 뭐하러 믿어 라고 정색할 건아니지만 너무 몰입해서 자기스스로와 연관짓고, 이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성격적인 부분은 배제하려 하는 등의 행동은 지양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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