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임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작곡가의 유명한 작품들은 자주 연주되고, 단체마다 주기적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정단원이든, 객원으로 가든 오랜 기간 오케스트라를 하다보면 중복되는 프로그램의 연주는 한번 쯤 하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마추어로 활동하는 큰 장점 중에 하나는 프로그램 하나, 하나 마다 뚜렷한 기억이 남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 곡을 들을 때 아 이건 어디서 언제 했었고의 느낌이 남아서 그때를 회상할 수 있는 기억들이 남아있다는 그 느낌이 좋았다. 근데 이게 중복되고 여러번 하다보면, 그 느낌이 흐려지고 가장 최근의 기억만 남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의 오페라 서곡 중 유명하고 자주 연주되는 피가로의 결혼 서곡은 나 조차도 세 번 쯤은 했던지라 어디서 다 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교향곡 쯤 되면 그래도 빈도수가 줄어들고 곡 자체가 길어서 그런지 기억에 잘 남는 편인데, 서곡은 그렇지 않아서 기억이 잘 안나게 되는 것 같다. 연주 이력을 따로 정리해놨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나중에 '아 내가 그당시에 그 서곡도 했었구나' 라고 나중에 깨닫게 되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중복되는 프로그램이 없는 단체만 찾아서 다니는 건 사실상 오래 악기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내용이고, 해결할 방법도 없지만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사실 프로 연주자들에 비해선 택도 없는 중복 횟수겠지만, 그래도 뭔가 아쉽다. 그 당시의 느낌이나 기억이 항상 뚜렷하게 기억이 나면 좋을텐데 말이다. 나중에 더 나이가 들고 나서는 베토벤, 드보르작, 차이코프스키 등의 메이저 작곡가들의 작품에 대한 느낌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쉬움의 시선 말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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