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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클래식을 듣던 것만 듣지 말고 다른 것도 유명한 것부터 찾아듣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브람스 교향곡 4개를 정주행 하려했던 적이 있다. 나름 베를린필 음반도 구해서 들었는데, 하필 1번의 서주가 너무도 부담스러워서 2.3.4는 고사하고 1번도 제대로 듣질 못해서 다른 작곡가로 갈아탔었다.
다른 친구들이 브람스 1번 좋다고 하면 어휴 야 그 서주부터 부담스러운 곡을 어떻게 듣냐며 손사래를 치곤 했다.
그렇게 브람스 교향곡을 묻어두다가 객원연주로 브람스 1번을 갈 기회가 있었다. 당시에도 가면서 우려를 많이 했다. 재밌게 하고 올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말이다.
근데 막상 악보를 보고 연주하다보니 그 브람스 특유의 몰입하게되는 곡의 흐름이 느껴졌다. 연주하는 맛이 난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그렇게 하다가 직접 무대에까지 올려본 뒤로는 1번의 서주가 그렇게 장엄하고 묵직할 수 없으며 2.3.4악장을 거쳐 나오는 빼어난 멜로디와 드라마틱한 전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 때 부터는 직접 연주해보기 전까지는 속단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글을 이제야 쓰는 이유는 비슷한 감정을 슈베르트 9번을 연주하면서 느꼈기 때문이다. 곧 연주할 9번은 내가 단 한번도 정주행을 못했던 교향곡이었다. 듣다가 듣다가 너무 질렸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노래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시간은 엄청 길고 해서 찾아듣질 않았는데, 이번에도 연습을 하면서 악보를 쭉 읽고 합주를 하다보니 어느새 곡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런 것 같다. 악보를 읽고 합주를 하는 과정을 통해서 곡을 통째로 들어볼 뿐더러 연주하느라 바쁜 와중에 들리는 예쁜 멜로디들 주고받는 재미 등등을 경험하는 것이 보이고 들리기 시작하면서 곡이 익숙해지고 들어도 거부감이 안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비단 교향곡 뿐만 아닐 것이다. 다른 서곡이나 협주곡도 그럴 것이다. 비단 클래식 뿐만 아니라 살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것들도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덜 와닿는걸 보면 경험이 엄청 중요하다는걸 느끼면서도 미리 좋다는거 적당히 듣기만해도 좋다고 깨달으면 참 사는게 쉽게쉽게 흘렀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제 클래식 들을 때는 진짜 속단해보지 않기로. 유명해서 제대로 감상하고 싶은데 모르겠을때는 악보 뽑아서 읽어보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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