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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나가는 오케스트라의 프로그램이 5월 연주회 차이콥스키 5번이 끝나고 슈베르트 교향곡 9번으로 바뀌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차이콥 5번은 정말로 매력적인 선율을 비롯하여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며 감정을 요동치게 만드는 곡이다. 이런 곡을 지난 6개월간 달려오다가 갑자기 슈베르트 9번을 하려니 마음이 참 헛헛했다.
우리끼리 이야기 하기를 잔뜩 조미료 치고 자극적이던 교향곡에서 마치 일본 가정식인양 담백한 슈베르트 9번을 하게되니 영 재미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매주 뒷풀이마다 이런 이야기가 오가다가 오랜만에 뒷풀이에 오신 바순 단원 선생님께 여쭤봤다
'선생님 지난번 차5 때 멋지게 3악장 솔로도 소화하시고 하셨는데 이번에 슈9는 그다지 눈에 띄는 바순 솔로나 멜로디가 없더라구요. 별로 아쉽진 않으세요?' 하니 대답이 잊혀지지 않아 이렇게 글을 쓴다
바순 선생님의 대답인 즉 '물론 그 때는 그 솔로에 목을 매야했고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그것만 생각하느라 현악기의 멜로디, 기타 다른 파트와의 조화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 근데 이번에 이걸 하면서는 내가 더 두드러지는 그런 건 없어도 더 다른파트를 잘 들을 수 있고 지난번에 신경 못썼던 롱톤이나 다른 것들을 더 연습할 수 있는 기회일 것 같아' 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순간 머리가 띵 한 느낌이 들었다. 겸손하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선생님의 그런 생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대학생이 되어 시작한 악기인데 이제 좀 몇년 됐다고 어느새 거만해졌었나보다. 이 곡은 좋네 이 곡은 재미가 없네 품평하기에 바빠졌고 마치 내 평가가 절대적인 양 내 기준 속 좋은 곡들만 생각하기에 이른 것이다.
일개 아마추어인 내가 그런 생각을 해왔음에 많이 부끄러웠다. 이번 이야기를 토대로 나도 연주 프로그램에서 항상 배울 점을 찾기로 했다. 이번엔 반복이 많고 선율이 단순하던데 음정과 어떤 활 테크닉을 연습하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레슨받으면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c 메이저 스케일이 가장 맞추기 어렵다고 하셨던 만큼 그런 점도 신경쓸 필요가 있겠다.
아무쪼록 더이상 거만하지 않고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임하게 만들어주신 오케 바순선생님께 감사인사를 이 글을 빌려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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