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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담보' 와 '소리도 없이', 서로 다른 두 '담보' 를 보는 시선 (스포일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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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두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영화 '담보' 와 '소리도 없이' 입니다. 같은 해에 개봉해서 둘 다 보게 되었는데 하필 둘 다 어린 여자아이를 모종의 사건으로 두 남자가 맡아서 같이 지내게 되면서 나타나는 여러 사건을 다루게 된 영화입니다. 두 영화를 연속으로 보았더니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많이 보여서 한 번 비교해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처음에 두 영화의 시놉시스와 예고편을 모두 챙겨보았던 것 같은데, '삼촌들이 여자아이를 데려가며 생기는 사건' 이라는 점이 똑같아서 그런지, '소리도 없이' 가 담보인 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초기 설정 자체는 엄청나게 비슷한 두 영화가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개봉한 것이지요. 

영화 담보

 

'담보'에서는 아이를 맡게 된 경위가 조선족 어머니가 빌린 돈을 갚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딸인 '승이'를 사채업자인 두 명이 맡게 됩니다. 승이는 특유의 친화력을 통해서 삼촌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약속한 돈을 받고 털어내기로 했지만 이미 정이 붙었고 찜찜해서 연락하고 지내려는데 심상치가 않습니다. 수소문해보니 약속한 부산의 부잣집이 아니라 룸싸롱으로 팔려간 것입니다. 충격적인 승이의 연락에 한달음에 인천에서 달려간 삼촌들은 승이를 구출해내고 승이를 데려오는 데 썼던 잔금까지 털어내면서 승이와 함께하는 삶을 지내게 됩니다.

영화 소리도 없이

한 편, '소리도 없이' 에서도 초희가 삼촌들과 함께 한 이유는 돈이 바탕에 있긴 했습니다만, 초희는 여러 곳으로 팔려다니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들의 직업이 앞선 사채업자 삼촌들과 다르게 시체 처리반이라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 삼촌들이 직접 사람을 죽이진 않고 처리만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람 매달고 뚜드려패는 영화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 포함)

#전개

두 영화 모두 삼촌들이 아이를 맡게 되면서 여러 갈등요소들이 나타납니다만, 담보는 그 방향이 긍정적인 방향이고, 소리도 없이 에서는 부정적인 것 까지는 아니지만 크게 개선되는 여지 없는 환경으로 유지되는 점이 다릅니다. 담보에서는 승이를 구하겠다고 마음약한 승보아저씨가 차도 팔고 사채업도 그만두게 됩니다. 이후에 승보 express라는 퀵서비스 회사를 운영하면서 승이를 성인까지 키워주게 되지요. 

승이가 백 점 맞았구나!!!

'소리도 없이' 에서 삼촌들은 직업을 바꾸면서까지 초희를 지켜주진 않습니다. 어떻게든 초희를 그들로부터 털어내려다가 안타까운 결말을 맞게 되지요. 

뒷 배경까지 포함해서 굉장히 상징적인 장면

 

#결말

두 영화에서 모두 '담보'였던 아이들은 무사히 성장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등 행복한 결말을 맞는 점이 같습니다. 삼촌들은 그에 비해선 썩 행복한 결말은 아니지요. 기존에 좋은 일을 하던 건 아니었으니 업보였나 싶기도 합니다만 마냥 모두가 행복하게 끝나는 건 아니라서 '담보'에서는 눈시울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소리도 없이' 에서는 허무한 죽음을 맞이해서 눈시울을 자극할 겨를도 없었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담보'에서 감독의 시선은, 혹은 영화의 주제는 혈육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부분에 머무릅니다. 마지막에 친아빠를 만나게 된 승이는 다시 승보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어서 승보아저씨를 아빠라고 부르는 대목이 가장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면에 '소리도 없이' 에서는 초희와 함께 하면서 느끼는 태인(유아인)의 감정 변화가 중요한 부분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생각

'담보'에서 느껴지는 키워드는 감동, 가족, 휴머니즘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특정한 어느 주인공의 깊은 감정선이나 여러 의미를 담아내기 보다는 쭉쭉 뻗어나가는 스토리 전개로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어서 보기에 더 편하게 볼 수 있었고 눈물도 적재적소에 터지게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만, 글로써 더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은 '소리도 없이'에 조금 더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담보'를 두고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 다릅니다.

태인(유아인)이 양복에 집착하는 부분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게 만들어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끝에 양복 자켓을 내던질 때까지 한 번씩 양복에 대한 태인의 시선이 머무르면서 자연스럽게 이것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에게 있어 양복은 처음에 잘난 사람들의 상징이며, 그래서 그가 가지고 싶어하는 소유 욕구를 자극하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힘센 조직의 형님들이 수트 잘 차려입고 늘상 왔다갔다 하는 부분에서 당연히 그런 감정을 느낄 법 합니다. 그래서 초희를 나쁜(?) 아저씨로부터 구하러 갈 때도, 초희를 다시 원래 학교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도 수트를 입습니다. 자신감 +10 되는 아이템의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초희가 학교에서 선생님이 '저 사람은 누구야?'라고 물어봤을 때, 정확하게는 나오지 않지만 속삭이듯이 '유괴범'이라고 하며 선생님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부분에서 태인의 수트욕심은 사라지게 됩니다. 도망치는 길에 수트 자켓을 집어던지는 부분이 그 심정을 대변하는 듯 합니다. 그가 입은 수트가 그가 하는 일을 멋지게 만들어 주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괴범이 수트입는다고 유괴범이 유괴범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무엇을 입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수트를 입고 학교에 데려다주지만, 이너로 입은 티셔츠는 깨끗하지가 않습니다. 티셔츠에 묻은 피가 그간의 과오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수트를 입었다고 그게 가려지지 않은 것이지요. 그래서 더더욱 수트를 벗어던진 것이 아닐까요?

조심스럽지만, 그래서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수트를 입은 멋진 겉 모습보다 중요한 다른 무언가 인 것 같습니다. 개인의 과거가 될 수도 있고, 멋진 인성이 될 수도 있고 여러가지가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표현하기 위해 대사 한마디 하지 않고 행동으로만 나타난 유아인의 연기가 더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외에도 초희가 여경을 태인과 함께 묻는 장면, 직업으로써 시체처리반을 일상처럼 살아가는 모습 등 여러 장면에 대해서 생각해볼 거리가 굉장히 많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이 번이 두 편째 영화를 제작한 '홍의정' 감독의 작품이던데, 앞으로 또 어떤 영화로 관객을 찾아올지 이번 영화를 보고나서 굉장히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끝으로

결론적으로 둘 다 재밌는 영화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묻혀가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진즉에 코로나 없는 상황에서 개봉했더라면 더더욱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많이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라도 다시 조명받아서 많은 사람들이 둘 다 보고 즐길 수 있는 컨텐츠로 남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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