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리틀포레스트를 재밌게 본 기억이 난다. 큰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김태리가 열심히 시골 내려와서 밥해먹고 쉬는 이야기인데 유난히 기억에 남았던 걸 보면 영화 자체가 주는 편안함이 인상깊었던 것 같다.
이번에 본 카모메식당도 이와 같다. 그 편안함이 리틀포레스트의 그것을 느끼게 해주는 점에서 참 비슷하다. 얼마전까지 봤던 영화가 사이코패스가 나오는 '콜' 같은 영화다보니 처음엔 이렇게 밍숭맹숭한 느낌으로 영화가 재밌으려나 반신반의 하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영화가 끝나버리고 정신차린 나를 보게 되었다.
이만치 잔잔하기도 어려운데 카모메식당에선 이걸 그렇게 해낸다. 핀란드에서의 힐링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는 곳이지만 그 여유로운 풍경과 정취가 영화 바깥으로까지 전해져 마음이 편안했다. 이런 편안함을 주는 모습은 혼자서 큰 심적 요동 없이 식당을 잘 운영해나가는 주인공 덕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주인공은 겉으로는 크게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아보이지만 마음이 단단한 모습이었다.
세상의 풍파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생각을 꾸준히 밀고나가며 관리해나가는 모습이 인상깊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녀에게 이끌려 다가온 사람들도 모두 그녀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행복해지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생각해보면 난 세상의 풍파에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수많은 감정의 파도를 겪는 그런 사람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주인공처럼 사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더 인상깊은 주인공으로 남았는지도.
그녀가 만들어내는 요리와 온정에 눈과 귀를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영화가 끝나버린다. 처음엔 조용하기 그지없던 식당의 모습에서 복작대는 인기 식당의 모습으로 끝난 것과 함께 말이다.
조용하고 잔잔하지만 삶에 대한 깊은 여운이 느껴지는 영화이다. 추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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