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신작 중에 하나인 에놀라 홈즈를 보게 되었다. 홈즈 하면 누구나 다 셜록 홈즈를 떠올릴 터, 그의 여동생인 에놀라 홈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영화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여주인공인 에놀라의 활약이 미스터 션샤인의 김태리와 나이브스 아웃의 마르타 (아나 데 아르마스)의 모습을 섞어 놓은 것만 같다. 집에서 넷플릭스 보다보면 핸드폰을 한 두번은 켜보곤 했는데, 한 번도 켜지 않고 몰입해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재밌게 본 영화이다. 특히 밀리 바비브라운 (에놀라 홈즈 역)의 연기는 보는 내내 감탄하면서 봤다.
엄마와 둘이서 살던 에놀라는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사라진 것을 알게되고 그녀를 찾아 런던으로 향하게 되는데, 이 와중에 여러 사건에 휘말리지만 이를 기지를 발휘하여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나이브스 아웃 같은 추리물이긴 하지만 다소 정적으로 진행되는 나이브스아웃에 비해 훨씬 역동적이라서 볼 거리가 많다는 것이고,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확실해서 이 또한 이해하기 편하다.
[스포주의]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틀에 박힌 여성성의 탈피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교육받은 여성은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내조하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여성 전용 교육시설에서 이른바 신부교육을 받으며 지내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여러 장면들이 묘사된다. 이미 여기서 오래 지냈던 여자아이들은 수프를 교양있게 먹지 않는 에놀라를 보며 코웃음을 치는 모습은 이미 이 사회에 맞는 여성상으로 잘 교육받았음을 보여준다. 에놀라의 큰오빠인 마이크로토프가 에놀라를 그 교육시설에 보내려는 것과 런던의 카페에서 페미니즘 책을 보고서 불경한 책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등도 이에 해당한다. 또한 사회적인 흐름 또한 여성의 사회적 활동 참여를 불경시 여기고 있기에 주체적으로 살아가기에는 다소 힘든 환경이다.
에놀라는 이런 교육시설에서 자라지 않고, 어머니의 홈스쿨링 아래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이런 인식에 반발심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불편해하며, 어머니가 왜 떠났는지까지 알아내게 된다. 어머니 자신도 이런 불공평한 현실에 저항하려 다소 폭력적인 방법으로 (폭탄 등을 준비한 창고) 해결하려고 한다. 아마 D-day는 투표권을 행사하는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결국 이것 대신 에놀라가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버리면서 어머니가 딸을 자랑스러워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그리고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것에 대한 주문도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에놀라가 관객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마지막 대사에서도 our life is up to us 라고 언급하며 사회에서 강요하는 모습이 아닌 자신이 살고 싶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게 용기를 북돋우는 것만 같다.
이런 메세지를 전달하기에 에놀라라는 캐릭터와 스토리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 시너지가 좋다. 비단 이런 메세지를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추리물 자체로써,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이 영화는 이미 칭찬할 구석이 많으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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