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거친 아저씨,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포주의]

황정민과 이정재의 액션이 돋보이는 영화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액션을 하지 않던 배우인 황정민과 이정재의 거친 몸싸움은 관객들로 하여금 저 사람들이 저런 연기도 할 수 있구나에 대한 놀라움을 선사할 만 했다. 거기에 충격적인 박정민의 여장 연기도 굉장했다. 진지하게만 흘러갈 것 같은 이 영화에 중간중간 웃음을 선사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화 제목의 의미는 아마도 절대 악으로 등장하는 이정재로부터 딸을 지킬 수 있게 황정민이 나지막히 읊조리는 느낌으로 지은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이 두사람이 싸울 판을 만들기 위한 개연성을 조립해놓은 느낌이 강하다. 황정민이 자신의 딸인 유민이를 지키고자 방콕으로 넘어가는 것 자체는 무리가 없으나, 이정재가 황정민을 잡으러 오는 이유가 다소 황당하긴 하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형의 죽음에 이를 동안 정보조차 얻지 못하다가 등장하다니..

황정민의 등장과 딸을 구출하는 것 까지는 영화 아저씨와 판박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알고 지내던 옆집 여자아이를 구출하는 원빈 아저씨가 딸을 구출하는 황정민 아저씨로 변한 것 외에는.. 액션신이 <아저씨>에서 더 세련되었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는 좀 더 거친 액션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강하다는 것 정도?가 차이라고 하겠다.

---

[강력스포]

원빈은 영화에서 결국 살아남고 소미를 구하지만, 황정민은 구하긴 했으나, 살아남지 못했다. 보는 내내 아저씨 영화가 생각나서 '아 이렇게 흘러가서 유미 구하고 아저씨랑 파나마 가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하는 느낌이 강했으나, 이정재가 생각보다 황정민의 가슴팍에 칼을 쉽게 꽂아 넣었다. 여기서 약간 꼬았구나 싶은 느낌 첫 번째. 그리고 마지막에 터트린 수류탄에서 두 번째 꼬았구나 라고 느꼈다. 

결국 승자는 마지막까지 함께해준 박정민. 황정민 대신 유미와 함께 파나마로 가서 사는 결말을 보여주게 된다.

여러 아쉬운 점이 있어서 아저씨 만큼의 평점을 얻지는 못할 것 같다. 황정민의 첫 대결 신에서 집에 있던 보스를 어떻게 잡아내는지 그 액션 과정을 좀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집에서 일을 처리하고 유유히 전기 수리공 같은 복장으로 나오는데, 여기에 좀 더 시간을 할애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다. 액션도 나쁘지 않았고, 근데 컨셉 자체가 아저씨랑 비슷해서 그런가 알게모르게 계속 비교하면서 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들 중에선 가장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