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를 보고왔다. 강동원의 영화는 과연 이번에도 흥행에 실패할 것인가 하는 생각에 반신반의 하면서 보러간 것도 있다.
[스포주의]
액션 신은 볼만하다. 아니 잘만들었다. 제목에서 언급한 그대로 한국판 매드맥스를 보는 듯 했다. 꼬맹이가 운전은 어떤 경위로 프로 카레이서급으로 하게 된건지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좀비들을 온갖 현란한 운전 기술과 드리프트로 쓸어버리는 모습은 정말로 인상 깊었다. 다 때려부수는 타격감이 괜찮았다. 4D로 봤으면 더 실감났을것 같기도. 또한 다른 설정은 다 차치하고라도, 서치라이트를 단 차들의 추격씬과 이를 막아서는 좀비떼를 보는 신은 정말로 멋졌다. 빛과 소리에 민감한 좀비라는 설정을 잘 살린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로부터 한국에 남아있던 도적떼들이 다른 살아있는 사람들을 약탈하기 위해서 조명탄으로 좀비를 유도하는 설정, 역으로 따돌리기 위해 폭죽을 다른 방향으로 쏴버리는 부분 등도 좋았다.
도적떼의 즐거움을 위해서 일정 수의 좀비를 가두었다가 마치 글래디에이터에서 노예들이 싸우는 것처럼 좀비와 일반인을 싸우게 만드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곳곳에 묻어나오는 이런 디스토피아적인 사회를 묘사하는 것은 충분히 개연성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보여주는 한국영화 특유의 신파는 여타 영화에서 나왔던 신파의 허용범위를 넘어서는 것도 모자라 극의 흐름을 완전히 깨버려서, 극 자체에서는 '자 여기서 우시면 됩니다!' 라는 사인과 함께 음악도 엄청크게 웅장하게 나오고 했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생각보다 다리다친 이정현을 좀비들이 제대로 쫓아오지 못했으며, 생각보다 UN군이 너무 그들을 오래기다렸다. 심지어 UN군으로 만난 사람이 할아버지가 전화로 떠들던 그 제인이라니. 달리기 선수가 결승선 앞까지 본인 신기록 세우면서 달려왔는데 코앞에서 넘어져서 기록 갱신에 실패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할아버지랑 엄마의 대사만 봐도 이따가 눈물샘 한번 자극하겠구나 싶은 부분들이 너무 티가 났다. 할아버지의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는 내가 지킨다' 라던가, 엄마가 '우리애들 꼭 좀 살려줘요' 하는 부분 등. 아 저건 복선 아 저것 복선이겠구나 싶어서 저 대사가 튀어나오는 것 마저 아쉬웠다.
결론은 해피엔딩. 근데 마음은 찝찝하다. 잘 굴러가던 영화가 갑자기 고꾸라진 느낌이다. 아쉽다. 다음엔 더 좋은 영화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첩보 액션 속 묘한 우정, 세이프 하우스 (넷플릭스 영화 추천) (0) | 2020.07.20 |
---|---|
불멸의 전투부대, 넷플릭스 올드 가드 후기(넷플릭스 영화 추천) (0) | 2020.07.19 |
인생 2회차를 도와주는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넷플릭스 영화 추천) (0) | 2020.07.14 |
낮은 평점에 속지말자, 영화 <분노의 윤리학> (넷플릭스 영화 추천) (0) | 2020.07.13 |
유죄를 무죄로 바꿔야하는 댓가, 그 죄책감이란.. 영화 <침묵>과 <결백> (0) | 2020.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