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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클래식

너무도 반가웠던, 서울시향의 베토벤 운명 정기연주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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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린츠와 전람회의 그림 연주를 마지막으로 근 4달 간을 공연없이 지내왔다. 그러다가 얼마 전 시향이 다시 연주를 재개 했고 그 두번째 연주회에 나도 드디어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랜만에 간 롯데콘서트홀은 정말 철저히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개의 줄로 나뉘어진 문진표, 손소독제가 놓인 줄을 지나서 입장하고 티켓을 받을 수 있었는데, 창구 모든 직원도 장갑과 마스크, 아크릴판 사이로 티켓을 받으며 만반의 준비를 갖춘 느낌이었다.


안그래도 연주 전날 코리안심포니 정기연주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는 소식을 접한지라 시향 연주도 취소되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는데,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전 좌석은 예외없이 한 명 앉고 한 명 띄어 앉는 배치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합창석까지 전부 오픈된 배치를 보였고, 나와 같이 공연을 애타게 보고 싶어한 청중들이 정말 많이 오셨다고 느꼈다. 


전 좌석은 마스크를 쓴 채 감상할 수 있었고 관악 주자들을 제외한 모든 연주자들도 마스크를 쓰고 입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괜시리 긴장된 상태에서 레오노레의 첫 선율이 시작되었다. 너무 좋아서 브라보 외치면 눈치보이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 이전에 마스크 안껴도 될 때 많이 외쳐둘걸 이것마저 엄청난 기회였었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슈텐츠의 지휘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풍채가 좋은 어르신이 저렇게 신나서 지휘하시는 것을 보니 나까지 덩달아 지휘보다가 흥분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열정적인 지휘는 윌슨 응 부지휘자 등을 통해서 경험하기도 했으나, 마치 번스타인을 보는 듯한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지휘는 또 오랜만이었다. 지휘봉, 보면대 없이 마치 지휘자 스탠드가 화려한 조명이 그를 감싸는 무대인양 지휘를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레오노레 서곡은 음원으로만 듣다가 갔었는데, offstage trumpet call이 있다는 것을 실황을 보고나서야 알았다. 무대 뒤에서 한 번, 합창석 쪽 무대에서 한 번 있었는데, 줄거리 내용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실황에서만 볼 수 있는 장점이다. 곡의 디테일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

덤버튼을 할 때는 편성이 확 줄었다. 당연히 스트라빈스키가 챔버곡을 의뢰받아 작곡한 곡이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그 흔한 오보 편성도 없이 클라가 튜닝하는 것을 보고 많은 아마추어들이 오보주자가 없어서 클라랑 튜닝하는 것을 보는 것만 같아서 묘한 동질감이 들었다. 곡은 경쾌하고 복잡하지 않았으며, 재밌게 들을 수 있었다. 

하이라이트인 베토벤 5번은 논비브라토로 진행되었다. 마치 올 상반기에 발매된 쿠렌치스의 음반같은 느낌이었다. 날이 선듯한 서늘한 바이올린 선율과 속도감이 좋았고, 다만 이걸 통해서 희생해야하는 비브라토로부터의 깊고 풍부한 감정표현은 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그 속도감과 조직력에서 서울시향은 훌륭한 연주를 보여줬고, 중간중간 시원하게 뻗어나오는 팀파니와 금관은 여름밤을 달구기에 충분했다. 

악수대신 주먹으로 대신 인사한 슈텐츠

어지간한 곡은 이제 미동도하지 않고 들을 수 있으나, 4악장이 되어서 슈텐츠처럼 같이 덩달아 지휘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시향 단원들 입장에선 셀 수도 없이 많이 해봤을 베토벤 5번이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많이 들었을 베토벤 5번이지만, 이렇게 오랜만에 실황으로 접하게 되면 또 감회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래저래 그 동안 공연 못보면서 지내왔던 아쉬움들을 오랜만에 훌훌 털고 다시금 또 다음 공연을 차분하게 기다리게 해줄 수 있는 단비같은 공연이었다. 이 연주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준 시향 관계자 분들과 롯데콘서트홀에 감사인사를 이 글을 빌려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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