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자로 애플뮤직에 쿠렌치스의 새 베토벤 교향곡 5번 음반이 공개되었다. 나도 얼핏 들어서 실제 그의 음악은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으나, 이번 기회에 제대로 그의 개성을 엿보게 된 좋은 기회였다. 아직 애플뮤직을 사용해보지 않은 유저라면 첫 3개월은 무료이니 나처럼 사용해보시라.
원래 베토벤 5번은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연주 음원으로 제일 많이 들었다. 속도감, 박진감, 웅장함 모두를 포괄하는 명반이라고 들었고, 나 또한 그 평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게 나만의 기준이 되어서 이거보다 느리면 답답하고 빠르면 에이 이건 좀 과하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표준적인 베토벤 5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음반을 더 찾아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지내고 있었는데, 워낙 쿠렌치스 이야기가 많아서 찾아 듣게 되었다.
새로운 그의 음반은 뭐랄까 지하철에서 처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신선해서 1악장만 공개된 음반을, 그것도 클래식 음반을 날짜까지 체크해가며 공개날짜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1악장 자체로도 너무 흥미로운 해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독특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전체적인 해석이 이전의 베토벤 해석과 다름은 분명하다.
가장 분명하게 두드러지는 것은 프레이징의 끝음 처리이다. 보통 가장 유명한 주제인 솔솔솔 미- 를 연주하는 과정에서 마지막 미 (혹은 파파파 레- 에서의 레)는 활을 빠르게 위아래로 그을정도로 텐션을 다음 프레이징으로 넘겨주는 식으로 연주를 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쿠렌치스는 힘을 빼버린다. 그리고 마치 여기서 아껴둔 힘을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쓰기라도 하듯 앞으로 치고 달리는데, 전체적인 음악의 느낌 자체가 칼을 날카롭게 벼린 닌자의 느낌이 든다. 그가 올백머리로 하고 있던 모습의 임팩트가 커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도 해봤지만, 음악 자체가 날렵하다. 오케스트라가 날렵하다는 생각은 여러 연주음반에서도 느껴봤지만, 날이 서있다는 느낌은 이 음반에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다른 곳에도 묘사해뒀지만, 마치 칼 손잡이나 다른 부분은 일절 장식 없이 심플함 그 자체인데, 칼날이 너무도 날카롭고 칼면에 장식을 섬세하게 그려놓은 느낌의 연주라고 느꼈다. 이러한 느낌은 1악장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고 4악장까지 일관된 느낌으로 4악장까지 달려간다.
이런 해석의 장점은 생각지도 못하게 귀가 피로하지 않다는 것이다. 힘있고 웅장한 베토벤 5번 음반들은 마치 낭만시대 작곡가들 연주의 그것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서 반복해서 듣기가 힘들 때가 있는데, 이 음반은 그렇지가 않다. 다시 들어도 부담스럽지 않고 말끔하다. 담백한 연주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전 악장이 공개되기전 무수히도 1악장을 많이 돌려들었다. 그의 다른 베토벤 음반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또한 그의 내한이 취소된 것이 더 아쉬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내가 이 포스팅을 작성하기 전부터 이름을 많이 알리고 있었고, 음반도 상당수 많이 발표했다. 그의 차이콥 6번 비창 음반, 코파친스카야와 했던 차이콥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도 아주 흥미롭고 다채롭다. 이는 나중에 또 포스팅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의 이번 베토벤 5번 음반은 모두에게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로 흥미롭고 재미있다.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근데 그게 허무맹랑하지 않구나 하는 느낌마저 든다. 만약 내가 교양으로라도 음악을 가르치는 강사나 교수였다면 클래식을 어느정도 접해서 유명한 레퍼토리 정도는 귀에 익혀둔 중급 클래식 리스너들에게 수업자료로써 활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클래식을 오래 듣긴 했지만, 어느정도 주요 유명 레퍼토리등을 귀에 익힌 다음 어떤 음반을, 어떤 지휘자의 연주를 들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지금의 나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고민하고있고, 여전히 다른 음반은 어떤게 좋은지 많이 찾아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누군가 이거 들어봐 하면서 추천해준다면, 특히나 쿠렌치스의 음반처럼 다른 음반과 확연히 비교되어서 기존 음반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손쉽게 알아볼 수 있는 음반부터 들어간다면 더 폭넓고 깊게 여러 음반을 접하는데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 포스팅으로부터라도 말미암아 내가 흥미롭게 생각했던 여러 메이저 레퍼토리의 색다른 음반들을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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