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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파스타에 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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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에서 파스타를 해먹다보니 문득 내가 언제부터 파스타를 해먹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때 집에서 파스타가 먹고싶었다. 가게에서 파는 파스타는 '면이 뭐 얼마나 한다고 이만큼 밖에 안주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서 집에서 잔뜩 먹고 싶었다.
그 땐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몰라서 시중의 토마토 소스를 사고, 면을 삶은 다음 소스를 얹어서 전자렌지에 다시 돌려먹었다. 한참 뒤에야 이걸 후라이팬에 다시 한 번 뒤젂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아마 처음 만든 파스타의 기억이다.


그 이후엔 그 당시에 까르보나라, 지금의 크림파스타를 해먹으려 부단히 애썼던 기억이 난다. 브로콜리 베이컨 휘핑크림을 사서 나름 이것저것 해본다고 계란 노른자도 넣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 데려와서 같이 먹어봤는데 맛이 썩 괜찮았던 것 같다.

다른 파스타를 도전해본건 한참 뒤에 미국 가기 전이었다. 석사 막학기에 자취를 하게 되면서 또 파스타를 해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야심차게 알리오 올리오를 해봤는데, 그 때는 올리브유가 매번 면과 따로 놀아서 이게 원래 이렇게 먹는 파스타였나 싶었다. 괜시리 소금간만 잔뜩 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제대로 해본 건 미국 가서부터였다. 취미생활이라곤 주말에 가끔 농구하는 정도로만 살다보니 자연스레 먹는 것에 관심이 갔고, 돈 아끼려 하다보니 자연스레 파스타도 많이 먹게 되었다.

연구실 생활하는 평일엔 점심 저녁을 모두 밥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주말에 한 번씩 요리 해먹는게 낙이었는데 이 때 많이 해먹었다.

이때서야 알리오올리오의 기름이 따로 노는 이유를 알게되었다. 면수와 올리브유를 에멀젼화 시키지 않은 탓이었다. 그렇게 먹으니 새삼 그 전엔 어떻게 먹었나 싶었다. 유튜브가 날 살렸다.

그 이후엔 이런저런 파스타도 많이 해먹었다. 진짜 계란이랑 관찰레(없어서 베이컨)을 넣은 까르보나라도 해먹고, 크림도 종종, 토마토는 토마토 캔 사다가 직접 소스 만들어서도 해먹었다. 어렵사리 한인마트에서 명란도 사다가 명란 파스타까지 해먹었으니 기본 파스타류는 거의 다 해먹어본 것이리라.

왜 이렇게 파스타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라면이나 국수보다 포만감이 좀 더 좋고 맛이 고급져서? 요리하는 맛이 나서? 꾸준히 해먹는 것 같은데, 앞으로 더 맛있게 해먹을 날이 많이 남아서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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