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좀비가 나온다 + 아파트 옥상에서 탈출하는데, 주인공은 암벽등반을 해보았고 드론으로 무엇인가를 한다 + 산 사람을 먹이로 바친다 = #살아있다
모두가 익숙한 설정이다. 익숙한 설정에 주인공의 해피엔딩, 한국영화 여름용 종합선물 세트가 아닌가 싶다. 익숙해서 내용 예측이 쉽다. 이런 내용들을 적절히 연결하는 고리가 탄탄하단 느낌은 아니다. 가령 왜 8층에만 사람이 없었는지 (핏자국하나 없이 깨끗한 복도가 나온다), 그 와중에 끝집에 들어간 사람은 어떻게 거기에 자릴 잡았는지 등에는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물 먹을때도 멀쩡한데 약은 언제 탄걸까, 다 통조림이었는데..)
유아인의 텐션은 가히 놀랍다. 간혹 박신혜랑 잡히는 투샷에서 박신혜가 밀리는 느낌마저 들 때가 있었다. 중간에 라면 먹을 때 연기는 강호동의 먹방 연기를 보는 듯 했다. 중간 중간 광기어린 분노의 장면도 인상 깊었고 그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한 점은 오랜기간 불가항력적인 요인 때문에 갇혀서 지내는 주인공들의 심리묘사라는 생각이 든다. 식량도 떨어져가고 통신도 여의치 않은 상황,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알지만 놓지 못하고 있다가 어쩔 수 없이 목을 매다는 과정은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박신혜는 어떤 과정으로 혼자있게 되었는지, 그녀의 심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는 다소 명확하지 않다. 천장에 끊어진 고리가 유아인과 비슷한 심리적 고통을 경험했을 것이란 암시정도만 남겨놓는다.
아직 잘 모르겠는 부분은 주인공 둘을 구해준 남자의 집에서 구조되기 전 박신혜가 총을 유아인에게 넘기는데, 이는 박신혜가 본인이 물렸음을 시인하는 듯한 행동이었으나, 구조헬기 소리가 들리자 이 사안이 해결되지 않고 끝나버린다. 그래서 감염은 안된거였나?
종합해보면 이런저런 설정들의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해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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