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포함]
최근에 프리즌 이스케이프 (Escape from Pretoria)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코로나 사태로 영화관을 꺼리다가 상영이 얼마 안남은 것 같아서 후다닥 다녀왔다.
내용은 단순하다. 모종의 사건으로 주인공 두명이 잡히고 감옥에 갇힌 뒤, 빠른 시일에 탈출 한다는 내용. 기존의 감옥 탈출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재밌게 봐서 이렇게 블로그에 포스팅까지 하는 이유는 그 당시에만 진행가능 했던 주인공들의 아이디어와, 이것이 실화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합쳐져서이다.
시대적 배경이 1980년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인차별이 극도로 심하던 때이다. 이 당시 감옥의 CCTV도 없을 뿐더러, 현대적인 감옥이 아닌, 열쇠로 잠그는 구식의 감옥이다.
나름 철저하게 작업한다고 쇠창살 문에 수 cm의 철문을 이중으로 잠가서 못나가게 하지만, 생각보다 이걸 허물어가는 주인공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틈나는 대로 간수들의 허리춤에 있던 열쇠의 끝 모양과 사이즈를 베껴서 열쇠를 만들어가는데, 이 노력이 흥미롭다.
이전 감옥탈출 스릴러의 대표작인 쇼생크탈출이라던가, 이스케이프 플랜 등도 나름의 헛점을 노려서 탈출했다고는 하지만, 이번 영화만큼 정석적인 방법으로 탈출한 경우는 아니었다. 열쇠로 문열어서 탈출하는 감옥탈출 스릴러라니! 게다가 복도로 나있는 창과 긴 빗자루로 만든 열쇠 손잡이 덕분에 그들의 노력은 1년여만에 열쇠 수십개를 복사하기에 이른다. 이를 만들기 위한 모든 장비들이 감방 어딘가에 숨겨져 있었는데도 간수들이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도 의아하긴 하지만, 같은 백인들이기에, 그리고 이전까지 탈출한 사람이 없기에 풀어져있던 것일 수도 있지 않았나 추측해볼 뿐이다.
긴장감은 이런 정석적인 탈출을 감행하는 것에서부터 오는데, 쇠로 열쇠를 만들 수 없어서 나무를 깎아 만드느라 열쇠가 구멍안에서 부러지는 장면에서 머리를 한 번 움켜쥐었고, 빗자루 손잡이가 어긋나서 급하게 껌을 씹어서 열쇠를 되찾아 오는 장면, 마지막에 나가는 장면 등등 다시 생각해보면 정석적인 탈출루트로 도망을 계획했기에 보일 수 있던 긴장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지막 문을 나서기 전, 모든 열쇠가 통하지 않자 끌을 이용해서 문을 부숴버리는 대목도 인상깊다. 최고의 긴장감은 아마 이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벽 위의 경비병들을 따돌리고, 심지어 문 앞에선 근무가 아닌 간수들의 수다가 이어지느라 이것도 피해가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롭다. 택시를 타고나서야 안심하게 되는 그들의 안도감에 관객의 입장이던 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용이 굉장히 단순하지만 이를 영화화 시킬정도로 영화같은 내용인 이 내용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또 어떤 감옥탈출 영화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간 봤던 여러 탈출 영화들 중 가장 정석적인 긴장감을 유도한 영화라서 감히 추천하고 싶다. 다른 허구적인 내용이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긴장감을 연출할 수 있는 이야기가 실화라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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