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흥미롭다. 사막에서 임무를 부여받은 미군 두 명이 임무에 실패하고 귀환 하던 도중, 지뢰 지대를 지나게 된다. 앞서가던 한 명이 지뢰에 두 발이 잘린채 사망하게 되고, 주인공 또한 왼발에 걸리는 스위치 소리를 듣고만다. 전우가 죽어가는 것을 차마 제대로 돕지도 못한 채 보내주어야 하는 상황. 그리고 호송을 위해선 5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무전을 받고 절망에 빠진다. 이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90분 간의 러닝타임을 잘 소화해 내는데 간만에 보다가 핸드폰 안 만지고 몰입해서 보게 한 영화였다.
이전에 봤던 협곡에서 조난당하는 영화 '127시간' 과도 느낌이 사뭇 비슷하다. 특수한 환경에 혼자 고립되어서 살기 위해 이를 극복해 나가야하는 영화. 간단히 조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두 영화 모두 추천한다.
<아래부터는 결말 포함>
주인공 마이크가 이 시간을 버텨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우면서도 철학적이다. 마이크는 과거 여자친구와의 불화에서 좀 떨어져서 지내고 싶다는 이유로 이번 임무를 지원하게 된 케이스이다. 마치 군대에서 새벽에 불침번을 혼자 설 때 온갖 인생을 다 되짚었던 것처럼, 마이크도 시간이 지나면서 인생을 쭉 되짚으면서 잘못했다고 생각한 기억들의 답을 얻거 나간다. 여기서 나오는 다른 사람이 근처 마을에서 오는 것으로 보이는 남자인데, 처음엔 무지하게 밉상인 것처럼 보이다가 자기 딸, 자신의 이야기까지 나누면서 마이크가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게 만든다. 마이크가 정말로 힘들어서 무게중심을 잃을 것처럼 넘어지는 순간 왼발을 밟으며 버텨주는 그 덕분에 마이크는 결국 살아서 구조되게 된다. 자기가 밟은 지뢰가 지뢰가 아닌 통조림 깡통이었다는 사실로부터 오는 강렬한 희열과 함께.
깡통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상황 자체가 매우 절망스럽다. 52시간을 왼발을 고정한 상태에서 서있거나, 런지 자세로 버텨야하는데 이게 군인이라는 설정에 버티는 것 같지만 보는내내 그 고통이 나에게 전해지는 것만 같다. 그 전에 임무를 사막에서 수행한 기간이 3개월 6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마이크가 그나마 버티나보다 생각했다. 그를 데리러 오는 과정에서도 슈만 전술이라는 것을 운운하면서 확률에 기대보는 것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슈만이라고 하길래 또 음악가랑 무슨 연관인가 싶어서 Schumann Maneuver라고 검색했으나 관련 문헌으로 나온 것은 Shoeman이라고 나온다. 근데 더 자세한 설명이 없는 것으로 봐선 여기서만 나온 전술인 것 같기도 하다 (관련문서).
어쨌든 이 고립된 곳에서 주인공은 모래폭풍을 견디고, 야생동물들과 싸워야 했으며, 마지막엔 총격전까지 버텨내고서야 구조가 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회상했던 아버지의 가정폭력, 어머니 사망, 여자친구와의 불화 등의 기억을 되짚어 나간다. 결국 상상속에서 이런 후회되었던 일을 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하거나, 결론을 내리게 된다. 여기에 많은 도움을 준 것이 그 얄미운 근처 마을 양반인데, 절대 멈추지 않고 다음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이후에 마이크 혼자서 그 말을 되뇌이게끔 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준다. 구조된 후 공항에서 여자친구와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그는 이전에 여자친구에게 Your highness, 하면서 한쪽 무릎을 꿇던 자세를 하면서 그는 다시 한 걸음 크게 내딛게 된다. 이제는 멈추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아니, 하더라도 다시 걸음 내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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