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서, 심지어 흑인 여성이라서 차별받는 현실을 극복한 실화 바탕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더 놀라웠고, 이런 차별이 현대과학의 결정체인 NASA에서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산원으로 있지만 흑인 여성이라서 화장실을 가려면 800m 씩 떨어져있는 화장실을 다녀와야했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더 좋았던 것은 이걸 자신의 능력으로 극복해서 본부장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IBM 컴퓨터가 들어왔을 때 프로그래밍 언어를 먼저 공부해서 컴퓨터를 작동하게 만든 것으로 입증하고, 백인들만 다니는 학교에 보란듯이 재판을 통해서 입학해버리는. 그들의 능력이 나중에라도 빛을 발하게 되는 모습에 기뻤다.
차별을 다룬 영화들이 매번 그렇듯, 차별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끝맺음을 보이려면 차별받은 대다수가 움직이거나, 불합리함을 느낀 상급자의 결심으로 인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에서는 후자라고 하겠다. 차별받는 사람들의 본질적인 능력을 누군가는 알아준 것이고, 이런 작은 의식의 개선을 통해서 이만큼 사회가 발전했나 싶다.
차별을 극복하려는 주인공들의 노력도 알아줘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차별받는 주인공들 혹은 주변인들의 차별이 몸에 배어서 움츠리고 사는 그들의 심리적 빗장을 걷어내는 과정이 세 주인공에서 모두 나타났다. 예를 들면 전산원으로 근무하는 오피스에서 대다수의 흑인여성들은 그러한 차별을 당연시 여기고 살아간다. 처음에 캐서린이 해석기하학을 하려고 들어간 경우에도 화장실의 불합리성에 대해서 섣불리 건의하지 못한 것과 같은 심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불만이 쌓이고 쌓여 비오는 날에도 어김없이 화장실로 가야했던 그의 분노를 폭발시켰고, 결국 이를 들은 본부장의 지시로 여자 화장실이 바뀐 이후로 그녀도 적극적인 자세로 불합리함을 개척하고자 한다.
컴퓨터 언어를 공부해서 IBM을 사용하게 한 도로시의 경우는 분노보다는 본인이 앞서갈 길을 잘 개척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백인들 중 아무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애물단지 컴퓨터를 보란듯이 작동시켜서 자기가 없으면 이 시설을 전혀 이용할 수 없게 만든 방법이 주효했다.
메리의 경우에도 자신이 느낀 차별을 재판장을 설득시키고, 당당히 학교에 들어가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항공 엔지니어가 된다. 세 사람 모두 시위등을 통해서 분노를 표출하기 보다는 차별에 움츠리지 않고 그들의 가진 뛰어난 능력과 더불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대상들을 설득시켰다는 점이 인상깊다.
예전에 개봉한 영화 '천문' 에서도 장영실과 세종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장영실의 능력을 알아본 세종에 의해 발탁되면서 우리나라에 맞는 천문, 농업기술 등 많은 발전을 이룩해낸 이야기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 당시의 변화는 영구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영실을 등용하는 것이 계급제의 철폐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었고, 이후 인재를 등용하는 입장에서 천민도 매번 등용이 될 수 있었는가 물어도 그렇지 않다고 할 수 밖에 없기 때문.
시대가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사회와 조선의 왕정시대를 단적으로 놓고 비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두 영화를 모두 본 입장에서 우리나라가 당시 왕정이 아니었다면 더 멋진 발전을 이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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