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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너무 곧은 계획이 무너졌을 때의 상실감..코로나로 바뀐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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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들어올 때만 해도 '금의환향' 그 자체였다.
보고싶었던 가족, 여자친구, 다른 지인들을 정말로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으며, 이미 합격통보를 받은 대학원도 있었고, 심지어 귀국 직전에 올렸던 아르바이트도 잡게 되었다. 1월이 그렇게 바쁘게 지나고 2월이 되면서 기다리던 오케스트라 연주도 재밌게 했다. 그리고 개강을 맞이하며 투잡을 준비하고, 이를 위한 면접도 다 봐둔 상태에서 코로나는 급속도로 내 계획을 집어삼켜버렸다.

원래 계획은 자취비용을 메꾸고도 남게 투잡을 뛰고, 남는 돈으로 내 생활비와 미국 정착하기까지 돈 전부를 감당할 생각이었다. 대충 계산으로 월 200이 넘게 땡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으니 모자라지 않겠다 싶었다. 비행기표가 100만원, 비자 발급 등 서류비용 비싸게 한 30만원 치고, 초기 미국 정착비로 150만원 정도를 생각해서 넉넉히 500쯤 여유자금을 만들고 가면 그 이후로는 더 많은 월급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더이상 부모님 손을 벌리고 싶지 않은 것이 이유였다. 비상용 엄마카드를 받아두긴 했지만 이건 정말 비상용이고, 혼자 잘 살아낼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왜냐하면 내 주변은 다 어쨌든 취직해서 자기 밥벌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로, 투잡을 뛰려 한 이유는 경제적 자립도 그렇지만, 여기서 나를 갈아 넣어본 다음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내가 성장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돈까지 혼자살기에 나쁘지 않은 돈을 받게 된다면 너무도 감사하면서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계획까지는 거의 완벽했다고 생각했다. 근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지난 3월 한달은 정말 너무도 멘탈이 갈려나간 한 달이었다.

투잡 계획이 전부 어그러지고 수입이 0이 된 상황에서 자취방을 빼야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으니 손을 벌리기도 뭣한 상황에서 도저히 여력이 안되겠다 싶었다. 좋아하던 악기 연주도 모두 할 수 없게 되었다. 오케스트라 연습은 물론이거니와 학교 연습실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이라서 구했던 학교 헬스장은 진작에 문을 닫았고, 도서관도 닫아서 남는 시간을 거의 집 아니면 카페 밖에 갈 수가 없었다.

여자친구도 개강을 해야 서울을 올라올텐데 개강이 2주밀렸다가 또 밀리고 지금 4월에 접어든 입장에선 1학기 통째로 온라인강의라는 것도 기정사실화 된 것 같다. 

이렇게 내가 계획했던 세 가지, 취미, 직업, 사람 모든 계획이 뒤틀리고나니 멘탈 잡기가 힘들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1~2주 전만 해도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근데 이제와서 마음이 좀 가라앉은 이유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가 세웠던 계획이 너무 타이트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탄력적으로 운영이 되게끔 빈 공간을 남겨놨어야 했는데, 전혀 그런 공간을 남겨두지 않은 탓이다. 그 과정에서 내게 갑자기 생긴 이 시간을 다른 시간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계속 바쁘게지내다보니 집에서 빈둥거리는게 너무 스스로가 한심해보여서 그런 것 같다. 뭐라도 해야하는데 하는 느낌.

그래서 요즘은 온갖 것들을 하면서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너무 한가한 시간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쉬는 것도 바쁜 와중에 쉬는 것이 더 달콤하기에 어떻게든 빈 시간을 잘 채우려고 노력하고있다. 달고나커피, 수플레 오믈렛, 에그커피 등등 별별 취미요리도 해볼 지경이었으니 정말 갖은 노력을 다했다.

헬스장을 닫아서 못하던 운동을 대신하기 위해 빈 학교 캠퍼스를 한 밤중 내 러닝코스로 활용하고 있고, 도서관을 가서 공부나 책을 읽진 못해도 대출은 진행해주므로 책도 읽을 수 있고, 악기는 못하지만 드라마, 영화, 등 온갖 것들을 하면서 다시 나만의 시간으로 채우고 있다. 또한 학원도 부분적으로나마 개원을 해서 다시 일을 하게 되었고, 이전 단기알바로 했던 알바도 함께 진행해서 다른 투잡이 되었다. 그래서 다시금 내 시간의 밸런스를 잡아나가고 있다. 지금의 일상은 나름의 차선책 치고는 괜찮게 흘러가게 되어서 만족스럽지만, 그래도 어서 코로나가 종식되고 모두가 꿈꿔온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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