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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박스포장의 달인이 되다. 인터넷 쇼핑몰 택배 물류 포장 알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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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물류 포장 알바를 하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처음엔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한 단기 물류 상하차 알바로 가게된 곳이었는데, 얼마 뒤에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셔서 바쁘지 않으면 오전에라도 짧게 도와달라고 하시길래 거들게 되었다. 마침 코로나 초기여서 일하던 학원도 잠정 운영을 중단해야 했던 상태여서 용돈벌이에 막막했던 때에 천금같은 기회가 나에게 왔던 것이다. 덕분에 2주간 집에서 400번 저어만드는 달고나 커피라던가 수플레 팬케이크라던가 하는 노가다를 뒤로하고 좀 더 생산적인 노동에 내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원래 내 계획대로였다면 빵집 알바를 해야 할 시간이었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택배 물류 포장알바라는 예상치 못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빵집이 학교 안에 있는 곳이라 개강을 안하면 알바생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빵집 알바를 못하게 되었을 때만 해도 계획이 틀어진 것에 강한 실망감이 있었으나, 이 일을 하게 되면서 사람일이 이렇게도 풀리는 구나 싶었다. 어쨌든 돈은 버는거니까!

다행히 물류 포장은 상하차에 비해서 어렵지 않았다. 당시에 엘리베이터 없는 3층 사무실로 1층에서 박스들을 날랐어야 했으니 그런 것에 비하면 꼼꼼히 포장만 할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알바이다. 아, 그렇다고 나중에 상하차를 안한 것은 아니다. 창고가 비면 물류가 또 들어오니까 그걸 창고로 옮기는 정도는 자주 했다. 여기서 팔던 것들이 대체로 플라스틱 제품들이라 가벼워서 망정이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허리 아작날 뻔 했다.

포장하는 물건에 따라서 그 정도가 다르겠지만 내가 한 경우에는 물건의 검수도 같이 진행했는데, 물건이 파손 된 것은 없는지 이물질은 없는지 등을 체크해서 완제품을 주문자가 주문한 대로 맞춰서 보내면 되는 일이었다. 사은품이나 기타 넣어야 될것들도 같이 넣어주고.

점심은 무조건 중국집. 식사제공되는 포장알바라니ㅠㅠ

삼주 째 하면서 이런 저런 노하우가 쌓였다. 눈 대중으로 뽁뽁이 (에어캡)을 박스 크기에 맞춰서 자를 수 있게 되었다거나 휙휙 돌려보고 빠르게 검수해내는 능력이라고 하겠다. 극한직업 같은 다큐에서 나오던 그 분야에서 엄청난 일감을 처리해내시는 분들이 이런 과정에서 익숙해지는 구나 싶었다. 

포장해야할 물량은 월요일에 가장 많았다. 금요일 오전까지 들어온 주문을 소화하고 나면, 금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누적된 주문을 월요일에 소화해야 하기 때문. 다른 날엔 모르겠으나 월요일은, 보통이면 여유있게 기다리고 있을 택배회사 트럭 기사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못했으며, 저 분이 다 싣기 전에 끝내야 한다는 초고도의 집중력으로 마무리하곤 했다. 이후에 학원이 운영을 재개하면서 의도치 않은 투잡을 뛰게 되었는데, 월요일에 있던 물량을 다 처리 못하고 학원으로 가야하는 날이면 괜시리 많이 죄송했다.  

그렇게 지나고 나니 창고를 가득 채웠던 물량이 비는 것을 보면서 괜시리 뿌듯하기도 하고, 내가 보냈던 물품이 빠뜨린 것 없이 잘 도착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나라도 빠져서 가면 택배비를 이번엔 회사에서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손해가 커질 것이고, 부족한 물품을 받아서 들어올 클레임도 상대해야 하는 직원분들의 고충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이버 스토어에서 운영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평점에 굉장히 예민하고 안좋은 평이 들어왔을 때 이게 판매에 바로 직결되기 때문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세상에 정말 많은 진상 고객이 있다는걸 사장님이 겪으신 썰들을 들으며 더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총 세 달을 일했는데, 같이 일한 알바생들도 빼지 않고 열심히 해서 좋았고 사장님도 나이스하셨으며 (알바생들 믿고 거의 터치하지 않으시는 편), 중간중간 당충전, 카페인 충전도 시켜주신 덕분에 재밌게 일할 수 있었다. 지금은 더 큰 창고로 옮기신걸로 알고있는데, 앞으로도 번창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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