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각자의 연구에 허덕이던 학기 중에 우리 부부는 막연히 땡스기빙때는 좀 쉬고 어디 따듯한 곳 가서 쉬다오자 라는 얘기를 하곤 했는데, 막상 땡스가 다가오면서 어디갈지를 정하다가 하와이가 나오게 되어서 급하게 하와이로 정해서 가게 되었다. 본토는 동서남부 다 같이다녀오진 않았어도 개별적으로 다녀온 곳이 있어서 안 가본 곳을 찾다가 하와이 vs 푸에르토리코로 좁혀졌고, 기왕 가는거 허니문으로 퉁치자 해서 더 나은 하와이로 가게된 것이다.
막상 하와이로 정하고서 부랴부랴 계획을 세우니 사실 가장 큰 걱정은 비용이었는데, 허니문 찬스를 빌어서 아낄 수 있으면 아끼되 하와이에서만 할 수 있는 거라면 기꺼이 더 투자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8박 9일의 일정을 잡았고, 모았던 포인트 등을 영끌해서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너무도 만족스러운 여행이었고, 기회가 될 때마다 다녀와도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하와이는 미국령이다보니 커스텀을 통과할 필요 없이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갈 때 9시간, 올 때 7시간의 비행시간이 결코 짧지 않지만 그래도 12시간 안쪽이라 탈 만 했다. 우리는 American Airline (AA)를 이용했고, 시카고까지 간 다음 ORD에 주차 하고 HNL 직항을 끊었다. 다행히 하와이 직항이 되는 공항이 서부쪽 말고 중부, 동부에 많지 않은데 다행히 시카고가 메이저 도시라그런지 직항편이 있었다. 왕복 $750에 끊었는데, 이마저도 같이 앉기 위해서 좌석 선택을 해서 $200씩 추가 된 것일 뿐, 처음 가격은 $550이었다. 꽤나 저렴하게 다녀온 편이라고 생각한다. 시차는 네 시간이 나지만 한국 - 미국을 다녀오면서 겪었던 시차에 비하면 미미한 편.

나는 개인적으로 호놀룰루,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오아후 섬에 몽땅 8일을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으나, 빅 아일랜드의 화산을 봐야겠다는 와이프의 설득에 3박 4일 빅 아일랜드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정리된 우리의 일정은 시카고 - 오아후 도착 - 2일차 아침 빅아일랜드 - 2, 3, 4, 5일 빅 아일랜드 - 오아후에서 나머지 - 시카고로 돌아오는 계획을 세웠다. 비행기 탄김에 아예 첫날에 빅 아일랜드로 가버리자는 생각도 했으나, 시카고 비행편 밀리면 망한다는 생각에 하루를 비워놓기로 했고, 결과적으로 비행기 연착이나 이런 것이 없어서 바로 갈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뭐 오아후 첫날에 선셋도 보고 재밌게 보냈으니 그거대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다음날 빅 아일랜드에서는 일부러 Lifted 4x4 Jeep Wrangler를 빌려서 돌아다녔는데, 왜냐하면 Volcano national park 외에도 Mauna Kea 라는 4,000m 산의 정상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4륜구동 (4x4) 자동차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살다가 언제 이런차를 또 몰아보나 싶어서 빌리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것도 무사히 Mauna Kea 정상까지 잘 다녀오게 도와주었다. 이외에도 빅 아일랜드는 자연과 함께하는 활동들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이런 것들에 집중했는데, 기본적으로 해변에서 물놀이 하는 것 + Manta ray 스노클링, Volcano National park, Mauna kea, black sand beach, rainbow fall 등을 다녀왔다.

오아후로 다시 돌아온 다음에는 거점인 Hyatt Regency Hotel 근방에서 오아후 남쪽을 이리저리 다닌 것 같다. 오아후에 맛집이 워낙 많고, 또 기본적으로 물놀이만 해도 시간이 잘 가서 크게 막 엄청 심심하지는 않았다. 우린 여기서 바다거북 스노클링, 패러세일링, 쇼핑, 맛집탐방, 다이아몬드헤드 트래킹 등을 하고 왔다.

내가 느끼기에 하와이는 지상낙원이라고 부르기에 제일 좋은 지역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있는 기간 동안 정말 매일같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었고, 날씨도 덥긴 하지만 크게 습하지 않아서 돌아다니기에 너무 좋은 날씨고 물놀이하기에도 좋은 날씨였다. 정말 머릿속을 정리하고 생각없이 지내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이 관광객이다보니 사람들 얼굴에 그늘이 져있지도 않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다시 활기를 충전하고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놀랐던 점은, 생각보다 한국인 일본인이 엄청나게 많았다는 것이다. 내 주변에서는 하와이 잘 안가는 것 같았는데, 보아하니 신혼부부 뿐만 아니라 나이드신 어르신, 가족단위로 아이들과 함께 오는 비율도 굉장히 높아서 놀랐다. 근데 정말로 뭐 좋은 날씨에서 잘 쉬다가 갈만한 휴양지 찾으려면 이만한 곳도 없겠다 싶었다. 우버 드라이버에게 물어보니 여기 뭐 비도 잘 안오고 태풍같은 기상재해도 많지 않아서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의 날씨라고 했으니 말 다했지 싶었다. 뭐하러 그 추운 일리노이 옥수수 밭 한가운데에서 살다왔나 하는 현타도 살짝 왔지만 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 어쩔수없다.
많은 한국인과 일본인 관광객 덕에 한국, 일본 음식점도 굉장히 많았고, 일본의 마트 체인인 돈키호테가 들어왔다는 것도 우연히 알게된 덕에 얼마 남지않은 우리 가방을 돈키호테에서 산 기념품으로 잔뜩 챙겨오게 되었다. 나도 와이프도 일본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해서 이쪽 음식이나 관광지가 있을 때마다 빠짐 없이 들르곤 하는데 이번이 아주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장점들은 높은 물가에서 상쇄되는 점이 있다. 우리 동네 기름값이 1갤런 (4리터 정도)에 $2.8로 3달러를 왔다갔다 하는데, 여기는 싸게 기름 넣었다가 코스트코에서 $3.9였고, 일반 주유소에서 $4.7이었다. 캘리포니아만큼 비싼 기름값에, 당연히 물가는 시카고보다 50%정도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고 아마 얼추 맞을 것이다. 미국에서 달러 벌다가 와도 이렇게 비싸다고 느끼는데, 한국에서 최근 오른 환율까지 감안해서 하와이에서 쓰려면 꽤나 힘들겠지 싶었다.
그래도 일에 지친 누군가에게 미국령에서 적절한 휴양지를 추천한다면 난 두말않고 하와이를 가라고 추천해주겠다. 하와이는 좋은 날씨와 맛있는 음식으로 그대에게 휴식을 선사할테니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