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드워드 리 셰프가 운영하는 610 Magnolia에 다녀왔다. 켄터키는 아마 이 레스토랑이 아니었으면 우리동네에서 3.5 시간이라는 비교적 적당한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르지 않았을지 모른다. 물론 켄터키가 버번으로도 유명하긴 하지만 버번만 가지고 왕복 7시간을 운전하기엔 시카고라는 매번 가도 매력적인 도시가 지척 (2.5시간)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 먼저 다녀온 지인이 있어서 후기를 공유해준 점도 크게 작용을 했다. 거기에 결혼한 지 6개월이 지나서 소소한 축하도 할겸 여러 이유를 붙여서 610 매그놀리아를 다녀올 명분을 만들었다.
그의 레스토랑은 켄터키 주의 루이빌 Louisville 이라는 도시에 있다. 다운타운에선 약간 거리가 있는데 그래도 작은 도시라 도심에서 5-10분만 드라이브 하면 도착할 수 있다. 정말로 위치가 한적한 주택가에 있어서 여기에 그 레스토랑이 있다고? 라고 생각이 들정도로 외관은 평범하다. 심지어 레스토랑 이름도 그냥 610번지 매그놀리아 길에 있는 주소를 딴 610 매그놀리아라니 레스토랑이 있다는 정보를 몰랐다면 아마 백이면 백 지나쳤을 곳이라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연 초에 이메일을 통해서 오후 5시 반 예약을 잡았다. 오픈 시간이 5시 반인 것 같았다. 약간 일찍 도착했을 때 문이 닫혀있어서 동네를 한바퀴 산책하고 나서 들어갈 수 있었다.
실내는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은은한 조명에 주방 옆 바에서 서버들이 약 다섯명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 테이블을 담당해준 서버가 메뉴와 여러가지 안내사항들을 전달해주면서 이리저리 둘러보았는데, 아늑하게 잘 꾸며진 레스토랑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5가지 코스 메뉴 ($125)에 와인 페어링 ($65)를 곁들이기로 했다. 와인 페어링 대신 글래스로 주문하거나 다른 칵테일을 주문해도 상관 없다. 여기에 약 20%의 gratuity가 자동으로 붙어서 영수증이 나오고, 서버가 이미 이 값이 포함되었고, 팁은 옵션이라고 알려주었다. 여기에 택스까지 포함 총 $486이 나왔다. 개인당 $243이니 꽤 괜찮은 디너 세 끼 정도 먹을 가격 한 번에 먹은 셈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론 태어나서 한끼에 이만한 돈을 지불해 본 적이 없는데 좋은 경험한 값으로 치기로 했다. 아마 이게 기준이 되어서 나중에 다른 파인다이닝을 갔을 때 더 좋다 아니다로 평가하지 않을까 싶다.

610 매그놀리아는 계절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메뉴를 바꾼다고 알고 있는데, 우리가 이 날 받은 메뉴는 다음과 같았다. 두 번째 메뉴를 제외한 1, 3, 4, 5는 두 개씩 또 나눠져 있어서 모두 맛보기 위해 겹치지 않게 하나씩 골라서 주문을 했다. 최소 한 명 이상의 지인과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이유다. 와이프와 나 모두 파인다이닝 경험은 처음이라 꽤나 설레기도 하고 와인페어링 또한 처음이라 여러모로 기대가 많이 된 날이었다. 처음으로 나온 아뮤즈 부쉬 BLT는 겉은 크리스피하고 속은 따뜻한 그리고 꽤나 풍부한 맛으로 식사를 시작하기에 아주 좋은 메뉴였다.




코스의 첫 번째 메뉴는 와규 스프 / 차완무시 (+Gruet 였는데, 와규스프는 약간 동남아 느낌이 은은하게 나는 맑은 국의 느낌이었고 차완무시는 게살이 들어가서 부드럽고 풍부한 맛이었다. 개인적으로 와이프의 차완무시가 좋았다. 두 번째로는 라비올리가 나왔는데 된장을 사용했다고 나와있었다. 크리미한 맛이 좋았고 된장의 느낌은 크게 받지 못했다.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국의 식재료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그가 흑백요리사에서 보여준 그런 한식에 대한 재해석이 이런 부분에서 나오는구나 싶었다. 세 번째는 문어다리 / 조개관자 였는데, 문어에는 고추장 로메스코가, 관자에는 백김치가 곁들여졌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관자가 더 좋았지만, 문어와 함께 곁들여졌던 감자 콩피의 식감이나 맛이 인상적이어서 결과적으로 비슷비슷했다.



메인이었던 엘크 스테이크 / 닭다리 요리는 정말 맛있었다. 태어나서 엘크 고기도 처음 먹어봤고 닭다리로 이렇게 고급지게 요리한 것도 처음 먹어봤는데,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잘 어울려서 와인과 먹기에도 제격이었다. 음식의 맛이 너무 자극적이면 와인과 함께 즐기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서 페어링 한 와인이 더 인상깊게 다가왔던 것 같다. 어떤 와인이 좋았고 어떤걸 나중에 또 사먹어볼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이미 여기까지 오니 와인이 네 잔이 들어가서 꽤나 기분이 좋아진 상태였다. 그리고 마지막 디저트로는 우베 체스 파이 / 드렁큰 바나나 케이크가 나왔다. 포트와인과 함께 곁들였는데 여기까지 먹으니 배가 꽤 불렀다. 아마 중간에 곁들여진 사워도우와 버터도 한 몫 한 것 같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사워도우가 단짠 버터와 함께하니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까지 먹고나니 약 두 시간 정도 지난 것 같다. 확실히 파인다이닝은 입으로 즐기는 테마파크의 느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을 가고 놀이공원을 가듯 입 속 놀이공원을 즐기고 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먹는 것을 너무도 좋아하기에 이런 경험은 두고두고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 또 가보고 싶은 파인다이닝을 찾아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다.




위 부터 각 코스별로 페어링 된 와인인데 디저트에 나온 페어링 와인인 10yr Tawny Port는 어떤 병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각 와인들 다 괜찮았고 리스트 킵해뒀다가 따로 더 먹기로 정해뒀다.
'미국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드워드 리 셰프의 레스토랑, 켄터키 Nami Korean Restaurant 후기! (0) | 2025.03.19 |
---|---|
나도 이제 Resident Alien, TurboTax로 2024 세금신고하기 (0) | 2025.02.19 |
미국에서 홍어삼합 해먹기 (feat. Hmart + 막걸리) (0) | 2025.02.02 |
가정용 수경재배기, Aero Garden 실사용 후기! (0) | 2025.01.31 |
미국와서 처음으로 날 위해 배달음식을 시켜봤다 (0) | 2025.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