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미쳤다는 말 밖에 안나오는 영화, The Substance 후기

728x90

얼핏 재밌다는 얘기만 듣고 줄거리도 모른 채 덥썩 봐버린 영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엄청나게 신선하고 재밌는 영화였다. 뒷방 늙은이로 밀려난 데미 무어가 젊음, 아름다움을 얻기위해 망가져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분장도 분장이지만 그 표독스러운 눈빛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나중엔 마녀같은 모습이 되어서 나타났을 때 그 경악스러움이란 영화를 직접 본 사람이어야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자체의 표현이 극단적이어서 그렇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젊음과 표면적인 아름다움을 절대시하는 현대사회에 날리는 일침을 영화에서 굉장히 그로테스크하게 담아냈다.

영화에서 그녀는 현대사회에서 아름다움을 가스라이팅 당해온 사람 중에 한 명일 것이다. 젊은 시절에 영광을 누렸지만 빛을 바랜 이후에는 왕좌에서 내려올수밖에 없는 연예인의 한 명으로 그녀가 느꼈을 상실감은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떡하니 초록 물약이 나타나서 나를 넣기만 하면 젊어진 모습으로 지낼 수 있다 라고 하는 설정이 얼마나 그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을지는 불보듯 뻔하다. 여기서 자칫 잘못하면 영화가 루즈하게 갈 수도 있는데 이 초록 영약의 효과를 얻기 위해 1주일마다 본래의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를 더욱 맛깔나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갈등이 피어날 수 밖에 없음을 첫 일주일이 지나고나서 보게 된 흉측한 늙은 '나'의 모습을 보며 공감하게 된다. 흔히 역체감 지린다고 말한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것이다. 마치 동굴을 빠져나가면서 뒤돌아보면 안된다고 계시를 받았다가 뒤를 돌아보고만 그리스신화의 오르페우스 이야기가 떠오르는 부분이다.

젊어진 '나' (Sue) 는 다시 승승장구 하고 인기를 구가하지만 그 역체감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서 일주일마다 돌아가야 한다는 룰을 깨면서 젋은 나와 늙은 나 사이의 갈등은 깊어지고 결국 늙은 '나'의 고혈까지 빨아먹으며 계속 젊어진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룰은 룰, 다시 죽음의 위기에 처한다. 결국 Sue는 한가지 묘안을 내는데, 내가 본체가 된다면 이짓을 안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초록 영약에 손을 댄다. 물론 시간을 두고 계획해서 회사에서 새 초록약을 받았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한번 쓰고 버렸어야 했던 초록약을 써버렸으니 괴물도 이렇게 징그러운 괴물이 나올수가 없다. 영화 에일리언에 나온 외계생명체도 이것만큼 그로테스크하진 않았는데 정말 기함을 하게 한 굉장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결말로 치닫는 과정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장면이 될 것 같아서 여기서 더 묘사하진 않겠다.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길.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영화의 초록 영약이 아니더라도 젊음을 유지하려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이고 있다. 노화에 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평생을 젊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젋음이 주는 가치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데미무어가 느꼈을 그 상실감이나 충격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 다른 쪽으로 생각의 물꼬를 터서 나이든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은 데미무어가 가지지 못했으니 내가 가져가보기로 한다. 

그 외에도 언급하고 싶은 것은 영화 자체의 영상미인데, 영화 자체의 색깔이 굉장히 선명하다. 쨍한 핑크색, 쩅한 파란색, 노란색, 흰색, 검정색 등 파스텔톤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런 직선적인 색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카메라 연출도 남달랐다. 지나칠 정도로 가깝게 클로즈업해서 인물을 잡아내면서 그 방송사 사장양반의 탐욕스러운 부분이 잘 묘사되었고, 그 외 장면에서 구도나 프레임이 직선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단순하면서도 선 곧은 느낌이 영화의 스토리라인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인상적인 영화다. 개인적으로 고어느낌까지 견딜 수 있으면 강추하는 영화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