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가 새로 뜨고 하는지를 잘 몰랐는데 넷플릭스에 트렁크라는 새로운 드라마가 떴고, 분위기가 음산한 것이 스릴러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것 같아서 시작했다. 이게 웬걸, 너무 재밌어서 당일에 여덟 개 에피소드를 전부 다 몰아서 보고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간만에 정말 재밌게 봤고, 분량도 적당해서 후기를 남긴다.
우선 설정이 굉장히 신선하다, 계약으로 맺는 1년 간의 결혼생활이라니? 계약결혼하면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비와 송혜교가 나왔던 풀하우스인데 그건 그거대로 코믹하게 잘 풀어냈다고쳐도 요즘시대에 계약결혼이 어떤 설정일지 호기심을 자아냈다. 이야기의 전개 방식도 처음부터 다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힌트를 주면서 계속해서 몰입할 수 밖에 없는 흐름을 잘 만들어냈다. 그리고 또 굉장히 좋았던 것은 드론으로 찍은 듯한 상공 뷰였는데, 서현진 배우가 카약을 타는 호숫가의 전경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외에도 카메라 무빙이나 연출이 전문가가 아닌 내가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마음에 쏙 들었다.
조연으로 나온 공유 배우의 전 배우자, 그리고 그 배우자와 엮인 내연남 (이라고 쓰고 다른 계약결혼남이라고 읽는)의 연기도 아주 좋았다. 그리고 여러 조연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또 생각보다 처음보는 배우들이 많았다. 서현진 배우를 도와주면서 남편의 행방을 찾던 배우라던가, 스토커로 나오는 배우라던가 내가 잘 기억 못하는 걸 수도 있지만 이들의 연기 또한 좋았다. 특히 스토커 연기는 사이코패스처럼 아주 극단을 오가는 연기였어서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굉장히 잘 나타냈다.
공유 배우와 서현진 배우는 믿고 보는 주연배우인만큼 보는데 더할나위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연기가 부족하지 않을까 조마조마 할 필요 없이 몰입해서 보기에 너무 좋았다. 이 드라마 전반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대사가 나오지는 않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배우들의 눈빛, 표정 연기가 빛을 발했다. 크고 잘 관리되었지만 서늘하고 차갑기만한 집에서 서서히 불씨를 지피듯이 서현진 배우가 존재감을 나타내는 부분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시크한 듯 하면서도 세세하게 다 챙겨주는, 그녀 말마따나 ‘매뉴얼’ 이긴 했지만 한 사람을 홀리는 방법이 저렇게도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사실 넷플릭스는 이번 달에 오징어게임2가 나오는 정도만 기다리고 있었지 이런 보석같은 드라마가 또 나타났을줄은 몰랐는데, 우연히라도 선택해서 보게한 내 마우스클릭에 감사하고 싶을정도로 재밌었다. 여러가지 우리나라 가부장제에 대한 불편한 부분들도 여과없이 끄집어내는, 그래서 느껴지는 불편함 마저도 극에 몰입하게 하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트레일러에 나오듯 미스터리 스릴러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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