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 + 에드워드 가드너 지휘자의 런던필하모닉 후기
광기어린 연주와 특유의 개성으로 익히 알고있던 코파친스카야의 연주를 실황으로 듣게 되었다. 그녀는 맨발로 무대위에 등장해서 40여분간의 쇼스타코비치 바협을 연주했는데, 그 에너지가 말로 형용하기 힘들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체구가 크지 않은 편인데도 악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는 오케반주를 잘도 뚫고나왔고, 온몸을 사용해서 음악을 표현하는 모습에 쇼스타코비치 바협이 다소 난해할 수 있음에도 관객 전원을 몰입시켜버렸다. 2악장 스케르초는 거의 신들린듯 연주해서 박수까지 받을 지경이었고, 더불어 가드너의 런던필도 그녀의 에너지와 합을 맞춰서 주고 받는 날렵한 움직임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아주 맘에드는 좋은 선곡이었다.
이런 역동적인 움직임은 2부 차4에서도 도드라지게 나타났는데, 1악장은 개인적으로 들어본 차4 1악장 중에 가장빨랐고, 가장 날카로웠다. 가드너 지휘자의 지휘는 처음 접했는데 오케를 휘어잡고 쥐었다 폈다 하는 테크닉, 완급조절이 정말 예술이었다. 비팅이 정확하게 들어가면서 동시에 모든 표현을 이끌어가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들썩였던 것 같다. 그리고 기세를 몰아 2,3악장을 거치고 4악장 피날레에 다다랐을 때 뿜어져나오는 음압은 마치 물리치료, 체외충격파를 하듯이 몸에 구석구석 박혀들어와서 뭉친 스트레스를 싹 날려주고갔다. 오랜만에 영점이 잘 맞은 오케의 모습이 뭔지 알려주고 간 아주 멋진 연주였다. 전원 기립박수에 화답하듯 앵콜로 이어졌는데 누가 런던필 아니랄까봐 엘가의 님로드로 마무리를 해주니 아주 멋진 마무리였다고 생각한다. 실험에 찌든 대학원생의 화요일이 이렇게 멋져질 수 있다니 너무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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