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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맛있는 미국생활 #3. 부대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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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음식을 해먹는다고 했을 때, 가장 쉬운 음식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나는 부대찌개라고 대답할 것 같다. 우선 스팸과 소세지의 나라인 미국에서 온갖 종류별로 이들을 살 수 있을 뿐더러, 야채의 종류가 크게 다채로울 필요 없고 양념도 기본적인 한국양념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고기를 재우거나 밑간을 하거나 숙성을 하거나 하는 등의 전처리 작업이 필요가 없고 그냥 재료 있는대로 때려넣고 끓이면 되는 요리이기에 부대찌개가 가장 이상적인 음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쟁을 통해 태어난, 나름의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음식이라고는 하지만 평소에 해먹기에 이만큼 폭력적인 맛을 내는 음식을 찾기 쉽지 않다. 고기에서 나오는 진한 육수와 한국식 빨간 양념의 조화, 단짠이 조합된, 그리고 라면사리를 넣음으로써 완성되는 탄단지의 조화까지 갖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밥을 먼저 먹으면서 라면을 넣으면 탄수화물이 더 많아지긴 하겠지만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국물이 빠르고 진하게 우러나올 수 있게 다진고기, 다진햄을 넣는것인데, 이게 있고 없고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 햄을 아무리 덩어리로 많이 넣어도 그 다져서 나오는 표면적의 효율성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날 서늘할 때 한번씩 해먹으면 아주 좋다. 먹으면 바로 소주를 까야할 것 같은 맛이다. 가장 최근에 만들었을 때는 한국에서 공수했던 일품진로와 함께했다. 

되돌아보면 한국에서도 부대찌개는 정말 자주 먹었던 것 같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국물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만한 음식이 없다. 학부 때는 학교 앞에 라면사리 무한리필집이 생겼었는데, 매번 적당히 먹고 수업들어야지 했다가 무한리필의 유혹에 넘어가 라면사리로 배가 빵빵해지도록 먹고 수업때 졸면서 헤드뱅잉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한국에 완전히 머무는게 아니다보니까 부대찌개는 한국에서 먹어야할 음식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왜냐하면 어느정도 퀄리티까지는 내가 직접 만들 수 있고, 그렇기에 내가 만들기 어려운, 공수하기 어려운 재료들로 만든 음식들을 한국 있을 때 많이 먹어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유튜브에 경기도 지역별 부대찌개 투어 영상이 올라와서 한 번쯤 이런 집들 방문해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혹시 또 누가 아는가 나중에 한국으로 리턴해서 나도 부대찌개 투어를 하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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