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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맛있는 미국생활 #2. 옥동식 맑은 돼지국밥/돼지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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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국물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모양새를 보시며 커서 술 어지간히 먹겠다고 장난처럼 얘기하곤 하셨다. 근데 이게 웬걸, 말이 씨가 된건지 실제로 내가 그럴 운명이었던건지 참 술을 많이 먹었고, 지금도 꽤나 자주 즐기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난 국물있는 음식을 즐기고 있고 이젠 국밥을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에 있을 때는 우리 학교앞 무봉리 순대국밥집을 애용했고, 간혹 콩나물국밥, 돼지국밥, 소고기국밥, 설렁탕, 갈비탕, 나주곰탕을 돌아가며 먹곤 했다. 그렇게 먹어온 기억이 있으니 여기서 생각이 나지 않을수가 없다. 그래서 이리저리 레시피도 찾아보고 집에서 해볼만한지 각을 재봤을 때, 도저히 장시간 우려야하는, 그리고 잡뼈등으로 우려야하는 순대국밥, 설렁탕은 감당이 안되고, 돼지국밥도 뽀얀 국물이 나오는 국밥은 만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매번 콩나물국밥, 소고기국밥, 갈비탕만 먹을 순 없으니 다른 국밥들에 대한 갈증을 느끼곤 했다. 곰솥을 사야하나, 어떻게든 해먹어봐야 하나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이게 사실 만만치 않다.

그런 와중에 최근 유튜브에 옥동식 맑은 돼지국밥이라는 레시피가 뜬걸 보게 되었다. 이게 뭔가하니 뉴욕타임스에서 선정한 올해 최고의 뉴욕음식 8선에 뽑혔고, 미슐랭 빕구르망을 받았다는 음식이란다. 이런저런 명성은 차치하고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던 것은 이 국밥은 밤새 우릴 필요도 없이 두 시간 깔끔하게 우려서 먹으면 되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중요하다. 내가 만들만 한가. 그리고 따져보니 뽀얀 국물이 아닌 맑은 연노란 국물정도로 우려서 쌀밥과 고기를 올려서 내면 되는 요리인 것이다. 마침 육절기도 집에 있으니 고기를 얇게 썰어 내기도 좋았다.

야채와 돼지고기로 국물을 내고 체에 거르고, 기름 제거한 다음 다시 끓여내야하는 수고스러움이 있긴 했지만 먹으면서 그래 이정도 수고는 할만하다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맛있었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국물을 맛보고, 랩으로 감싸 냉장고에서 식힌 후 얇게 썬 고기를 고추지와 함께 올려서 먹었을때의 느낌은 미국의 어떤 음식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만족감을 선사했다. 지금 첫 그릇을 비우고 글을 작성중인데, 아직 서너번 더 먹을 양이 남아서 기분이 좋다. 이번에 질리도록 먹어두고 다음에 또 생각나면 다시 우려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엔 국밥특집으로 지인들을 불러서 같이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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