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었을 때 콩국수를 얼마나 먹었나 생각해보면 사실 그렇게 많지가 않다. 해마다 한 번 먹었을까? 엄마가 시장에서 파는 콩물을 사오시면 후루룩 말아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 수준의 음식이었다. 특별히 찾아가서 먹어본 곳은 시청의 진주회관 한 곳. 참깨며 오이 고명조차 없는 콩국에 국수만 딸랑 나오는 그게 꽤 맛있었다는 기억정도 밖에 없다. 그래서 크게 이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라던가 이런 느낌이 거의 없었는데 미국이 한국에서 너무 멀어서일까, 나이 먹으면서 입맛이 바뀐걸까 콩국수가 먹고싶어 미국에선 여름마다 여러번 해먹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콩국수는 내가 좋아하는 여름 국수인 모밀이나 냉면의 육수와 비교해볼때 그냥 콩 넣고 갈기만 하면 되니까 쉬운 축에 속한다. 한국에선 식당에서 사먹으면 되니까 이런 요리의 난이도를 생각할 필요가 없지만 미국은 내가 직접 해먹어야하니까 이걸 반드시 생각해야한다. 내가 먹고싶은 욕구가 내가 감당할수 있는 체력적/시간적/금전적 여유를 넘어서야 해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간장을 대파 양파 다시마 설탕 등을 넣고 끓여야 하는 모밀, 양지를 넣고 여러 야채와 함께 또 장시간 우려야하는 냉면 육수를 생각해볼 때 콩국수는 쉽게 손이가는 음식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한다.
콩을 불려서 삶은다음 곱게 갈아서 콩국을 만들고 맛소금을 넣어 국수와 먹으면 정말정말 맛있다. 꾸덕함의 정도는 물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다른데, 난 정말 꾸덕한 콩국을 좋아한다. 묽으면 국수가 딸려올 때 콩국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국수를 먹고 그릇을 들어 콩국을 먹거나 국수를 다 먹은 후 콩국을 따로 먹어야 하기에 충분히 국수에 딸려올 수 있을 정도의 농도여야한다.
만들기 너무 쉽지만 미국에서 찾아보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한국에선 음식별로 특화된 식당이 있는 반면 미국은 워낙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니 메뉴가 인기메뉴 위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콩국수 같은 메뉴가 발붙일 수가 없는 것이다. 불고기도 팔아야하고 잡채도 팔아야하고 부대찌개도 팔아야하는데 아마 존재하는지도 모를 콩국수를 메뉴에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콩국의 유통기한이 짧으니 단점 투성이인 음식, 애물단지일 수 밖에. 미국의 대두는 대체로 사료나 콩기름에 쓰이는 것 같은데 콩국수도 만들 수 있음을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게 진짜 비건푸드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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