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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데이라이트 세이빙, 앞서거나 뒤처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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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알고보니 데이라이트 세이빙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아마 한국에선 서머타임이라고 불리는 제도인데, 미국 전지역을 한 시간 땡겨서 살게 하는 것이다. 한 시간을 땡기면 원래 오전 7시였던 시간이 8시가 되는 것인데, 그러면 해가 지는 시간이 원래 6시라고 했을 때, 바뀌어서 7시에 지는 것이므로 해가 늦게지는 꼴이 된다. 그래서 해 떠있는 시간을 극대화해서 더 잘활용하자 이런 취지로 알고있다. 일개 대학원생 입장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없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한 시간을 더 잔 게 되어버린 정도. 처음엔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서머타임인가 싶다가도 이젠 아무 감흥이 없다. 뉴욕이 여기보다 한 시간 빠르니까 뉴욕으로 이사간 셈 치기로 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뉴욕이 여기보다 한 시간 빠르고 태평양 건너 한국은 열다섯시간이나 빠른 나라이다. 내가 일요일일 때 거긴 월요일이라 출근을 먼저하고, 여기가 금요일일 때 거긴 토요일이라 주말을 일찍 맞이한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내 시간대에 영향이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일요일엔 저긴 벌써 월요일이네 껄껄 하고 금요일엔 저긴 벌써 토요일이네 쩝 하고 마는 것이다.

  사는 것도 그런거 아닐까. 누구는 나보다 열 다섯시간, 아니 스물 여섯시간 쯤 빠른 삶의 궤적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지만 그게 내 인생에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우리가 뉴욕이 한 시간 더 빠르다고 부러워 하지 않고 샌프란시스코가 두시간 느리다고 무시하지 않는 것처럼 내 시간대에서 내가 잘 생활하고 밥 잘 챙겨먹으면 그게 내 시간 잘 보내는건데 말이다. 지금에야 이런 생각을 하지만 한국에선 내가 이걸 잘 못했다. 모두가 똑같은 시간대에서 살아서 그런지, 조금만 뒤쳐져도 나락으로 가는 것 같고, 더 잘나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다행히 여기서는 워낙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시간대에 살던 사람들이 섞인 덕에 이젠 누가 나보다 앞서있는지 뒤쳐졌는지 생각하기조차 어렵다. 덕분에 스트레스 덜 받고 지내고 지낼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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